[아시아경제 박소연 기자]# 직장인 이유리(가명·27)씨는 백화점에 구두를 사러 갔다가 22만원짜리 구두를 20만원에 구매했다. 백화점 정기 세일기간이 아니었지만 구두매장에서 10%가량 할인을 해 주었기 때문. 싸게 샀다고 들떠 있던 이씨는 친구의 말을 듣고 기분이 상했다. 이씨의 친구는 '직원 할인'까지 받아 비슷한 가격대의 구두를 18만원대에 샀다는 것. 이씨는 2~3번 할인을 해주는 업체들의 행태에 왠지 속아서 산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 없었다.
백화점 구두업체들 간에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가격정찰제에 어긋나는 임의적인 할인판매가 성행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수년 전 백화점 업체들이 임의할인 대신 가격을 낮추는 '그린프라이스' 제도를 도입했지만 여전히 가격을 높게 책정한 뒤 할인을 해주는 매장들이 많다는 것.
이처럼 소비자들을 유인하는 관행은 가격 혼란을 야기하고 제품가격을 오히려 높이는 부작용을 불러오고 있다는 지적이다.
5일 제화업체 한 관계자는 “백화점 살롱화 브랜드들은 가격을 약 5만원가량 높게 책정한 뒤 연중 2번의 세일기간을 제외하고도 임의할인을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판매가를 낮추는 대신 할인을 해주는 것처럼 해 소비자들을 속이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또 매니저(판매원)들이 자신의 몫을 떼 내는 경우도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패션업체 한 관계자는 “판매가격이 10만원이면 본사가 5만원, 백화점이 3만5000원, 점장이 1만5000원가량을 가져가게 된다”면서 “그런 과정에서 매니저들이 자신의 몫인 1만5000원 부분을 덜 취하고 소비자들에게 할인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고 귀띔했다.
그는 “백화점 구두 매장은 칸막이도 없고 경쟁이 워낙 치열하다”면서 “제 살을 깎더라도 일단 많이 파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해서 임의할인을 해주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백화점업체들은 임의할인에 대해 정기적으로 단속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라는 입장이다.
신세계백화점 한 관계자는 “임의할인은 가격정찰제에 명백하게 어긋난다”면서 “정도가 심할 경우 매출금 횡령이 될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같은 물건을 고객에 따라 다른 가격에 파는 것은 심각한 문제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런 임의할인을 없애기 위해 몰래 점검에 나가기도 하지만 근절하기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박소연 기자 mus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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