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성호 기자]'푱창(Pyeongchang)'
벽안(碧眼)의 입에서 나온 어색하기만 한 이 한마디에 이건희 IOC위원의 눈가에는 눈물이 스르르 맺혔다. 자크 로게 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이 발표하는 '평창'이라는 말을 귀에 담기 위해 그동안 달려온 12년간의 여정이 주마등처럼 그의 뇌리를 스쳐 지나갔다.
이 위원의 어깨에는 2003년 이전부터 동계올림픽 개최라는 국민적 염원을 실현시켜야 한다는 '거룩한 책임감'이 실려있었다. 특히 2007년으로 이어진 2번의 유치 실패, 그리고 이명박 대통령이 여론의 부담을 무릅쓰고 2009년 말 글로벌 유치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이 위원에 대한 특별사면까지 단행한 것은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결의를 숙명으로 승화시켰다.
이 위원은 유치활동에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작년초 만 해도 평창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IOC위원들의 여론에서 냉담하기만 한 '삭풍'을 느꼈다.
이 위원 스스로도 "작년, 재작년만 하더라도 유치가능성이 거의 없었다"고 토로했을 정도였다. 그러나 그는 전 세계를 돌며 IOC위원들을 일일이 찾았고 때로는 약속을 취소하자는 전화를 받고도 1시간 30분 넘게 기다리는 정성을 보였다.
유치 행보 중 그는 평창에 대한 IOC 위원들의 표심이 서서히 변하고 있음을 느꼈다.
그러나 직관적인 통찰이 언제나 현실을 꿰뚫는 것은 아니듯 이 위원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더반 IOC총회 마지막 순간까지 긴장감을 풀지 못하고 유치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전했다.
이 위원의 눈물에는 자신이 쏟아온 노력에 대한 회고와 성공의 기쁨만 담겨져 있지 않다. 삼성이라는 굴지의 글로벌 기업군을 경영해 온 CEO로서 돌이켜볼 때 '좋은 나라에서 위대한 나라'로 나아가는 전기가 될 평창의 동계올림픽 유치를 성공시킨 전 국민의 합심에 대한 감사함이 서려있다.
경영 석학 짐 콜린스의 말 대로 뛰어난 개인과 합심하는 팀원, 역량있는 관리자가 위대한 기업을 탄생시키 듯 이 위원을 비롯한 기업인들의 유치 지원과 국민적 열망, 현장에서 직접 프레젠테이션에 나선 이 대통령의 의지가 시너지효과를 냈고 그동안 이들이 흘린 열정 어린 땀을 누구보다 잘 아는 이 위원의 가슴에 이들의 땀이 시나브로 밀려든 것이다.
이 위원은 유치 확정 후 "저는 조그만 부분만 담당했을 뿐"이라며 동계올림픽 유치에 대한 국민적 열망이 이번 쾌거의 뿌리임을 강조했다. 그의 눈물은 '행복한 눈물'이었다.
박성호 기자 vicman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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