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해병 2사단에서 총기를 난사한 김모상병은 '기수열외'라는 집단따돌림을 당해 저지른 보복 범죄인 것으로 드러났다. 기수열외는 선임병 병사가 부대적응이나 성격에 문제가 있을 경우 후임병들이 선배대우를 하지 않는 일종의 '왕따'다.
김상병은 5일 군조사에서 "너무 괴롭고 죽고싶다. 구타와 왕따, 기수열외가 없어져야 한다"고 자필로 진술했다. 김상병은 범행 직후 얼굴과 성대에 중상을 입어 말을 할 수 없는 상태이기 때문에 자필진술로 진행됐다.
김상병은 진술에서 '왕따 시킨게 누구냐'는 질문에 "○○○ 주도로(후임병들이)선임대우를 해주지 않았다"고 답했다. 김상병은 후임인 ○○○일병이 자신보다 한살이 많다는 이유로 평소 선임대우를 해주지 않아 불만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군 관계자는 "기수열외 당한 선배는 존재감이 없어 유령이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견딜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입영한 기수에 따라 선후배를 철저하게 따지는 해병대의 독특한 문화속에서 '기수열외'는 이미 수차례 지적돼왔다. 인권위는 지난 3월 기수열외에 대해 직권조사를 벌인 뒤 해군참모총장과 해병대사령관에게 "해병대원간 '기수열외'는 해병대 조직에서 배제하는 것을 의미한다"며 재발 방지를 요구했다.
하지만 해병대는 이런 권고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결국 해병대 창설 이후 최악의 총기사고로까지 이어졌다.
해병대에서 기수열외를 당하고 있다는 한 병사는 한 사이트에 "부대에 전입해 선임병에게 반말을 하라고 강요당했지만 하지 못했다"며 "결국 반말을 하지 못해 내가 기수열외를 했다"고 적기도 했다.
이 병사는 기수열외를 당한후 후임병들이 "'○○○ 너 연락 전화왔다', '○○○ 너 밥먹고 전산실로 오래'라며 반말을 했다"며 "'식당에서 밥먹을때도 식판을 따로 가지고 다니면서 쓰라'고 했다"고 고통을 호소했다. 특히 "코를 곤다고 하루에 2~4번씩 단추가 뜯어질 정도로 끌어당겨서 잠을 깨운다"면서 "갈 곳이 없어 화장실에 있다가 오면 머리통을 부셔버리고 싶은 충동이 생긴다"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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