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진희정 기자]아파트 리모델링이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1기신도시리모델링연합회는 5일 "신도시를 구성해 무분별하게 아파트를 건설하고 이제는 나 몰라라 하는 상황이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다"며 수직증축 허용을 재차 촉구하고 나섰다. 논란의 불씨는 권도엽 국토해양부 장관이 지폈다. 권장관은 지난달 27일 "자산증식을 목적으로 하는 리모델링은 지양해야 한다"고 발언하면서 국토해양부와 신도시 주민들이 격돌하는 양상이다. 이는 곧 수직증축을 통한 일반분양은 불가하다는 해석이다.
1기신도시 주민들은 "엘리베이터와 배관이 노후화돼 불편한 생활을 하고 있다"며 일반건축물은 수직증축을 허용하면서 아파트만 수직증축을 못하게 하는 것은 심각한 사유재산 침해라고 반발하고 있다.
표면적으로 정부는 구조적 안전성을 내세우며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반대하고 있다.하지만 신도시 아파트들이 리모델링으로 집값이 오를 경우 현 정부의 최대 치적인 집값 안정 기조가 무너질 수 있다는 속내다. 한문도 동의대학교 교수는 "수직증축을 허용해 리모델링한 아파트에 문제가 생기거나 일반분양으로 집값이 급등할 경우 모든 비난을 정부가 떠안아야 하기 때문에 쉽게 결론을 내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1기 신도시에 한해 단계적인 리모델링 필요성을 제기한다. 특히 정부가 리모델링 기준을 명확히 세우고 전향적인 자세를 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함영진 부동산써브 실장은 "전체 1기 신도시 가운데 15년 이상 아파트가 70~80%인데 40년이 지나 한꺼번에 재건축할 경우 더 심각한 문제가 나올 수 있다"며 "리모델링을 제도적으로 보완해 적용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구조기술 전문가들 역시 "1988년 내진설계 도입으로 1기 신도시 아파트의 경우 2층 이상 올려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며 "2005년 내진설계 기준 강화로 신축 아파트처럼 내진성능을 강화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재 국토부는 민관 합동 TF팀을 꾸려 용역을 실시중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7월중 TF를 통해 연구 결과 및 정부입장을 공식적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일부에서는 TF팀의 결과에 대해 '수직증축 불허' 또는 '수직증축을 허용하되 일반분양 제한'이 유력할 것이라고 전망한다. 이와 함께 청와대가 발주해 건설산업연구원이 작성하고 있는 '공동주택 리모델링 활성화 제도개선' 연구용역 결과도 이달 중 나올 예정이다.
한편 '리모델링법'으로 불리는 주택법 개정안의 6월 국회 통과의 문턱을 넘지 못했다. 특히 이 법은 지난 4ㆍ27 재보궐선거 최대 격전지였던 분당을에서 여야 후보들이 '대표적인 민생법안'이라면서 서로 경쟁적으로 발의했었다. 여야는 공통적으로 수직증축 통한 세대수 증가와 일반분양 물량 을 인정해달라는 내용이지만 결국 8월 국회로 넘기게 됐다.
진희정 기자 hj_j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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