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값 할인 종료 앞두고 '대혼돈'
[아시아경제 서소정 기자] 기름값 할인 종료를 열흘 앞두고 일선 주유소에서 기름을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정유사와 주유소간 '날선 공방'이 벌어지고 있다.
정유사는 이번 공급 차질이 기름값 인상전 최대한 물량을 채우려는 주유소의 사재기가 발단이라고 주장하는 반면 주유소는 정유사의 공급 물량 제한으로 발생한 일을 주유소 책임으로 떠넘긴다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27일 주유소협회에 따르면 내달 6일 기름값 리터(ℓ)당 100원 할인정책이 종료되는 가운데 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속출하면서 주유소 사장들의 불만이 팽배해지고 있다.
주유소가 정유사로부터 기름을 받지 못하는 상황이 심화되자 지식경제부는 긴급히 지난 22일 주유소협회 등 관계자를 불러 수급현황 점검과 대책 마련에 대한 의견을 교환하기도 했다.
특히 가격경쟁력을 갖춘 대리점 물량이 바닥나면서 주유소 수요가 대거 정유사에 집중, 이 같은 현상을 심화시키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리점의 경우 사입가격(주유소 구매가)과 같거나 낮은 가격으로 최대한 많이 파는 전형적인 '박리다매'식 판매로 수익을 내는 구조인데, 최근 기름 공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최대 피해자로 전락했다.
다급해진 대리점들이 정유사 공장이 있는 울산, 여수, 대산으로 직접 가서 기름을 받으려는 시도까지 했지만 정유사 물량 제한에 막혀 헛걸음하는 경우가 다반사인 것으로 나타났다. 또 정유업계 2위인 GS칼텍스가 여수공장 일부 생산시설을 보수하면서 공급 차질 현상은 더욱 심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GS칼텍스 한 대리점은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리점은 최대한 많이 팔아야 이익이 나는 구조"라며 "하지만 돈을 지불하더라도 기름을 공급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면서 큰 손해를 감수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주유소 사장은 "정유사가 공급 차질의 원인을 주유소 사재기 때문이라고 몰아가고 있지만 사실은 대리점 공급 물량이 떨어지면서 수요가 정유사로 집중된 데 따른 것"이라고 지적했다.
주유소협회 등도 주유소 사재기로 인해 공급 차질을 빚고 있다는 정유사 논리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나섰다. 일선 주유소에서는 통상 월말에 주유 탱크를 채우는 데다 채울 수 있는 물량에도 한계가 있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공급 부족 현상은 올해 3월부터 석유관리원의 유사휘발유 적발 사례가 급증하면서 정품 휘발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한 것이 한 몫 했다는 설명이다.
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주유소는 월말에 주유탱크를 채우는데 기름값 할인 종료 시점과 겹치면서 오해가 발생했다"며 "탱크를 설치하는 데 3000만원 가량의 비용이 발생하는 데다 재고를 비축하려 해도 땅과 탱크가 한정되기 때문에 사재기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주유소들이 기름값 할인이 종료되면 싼 값에 들여온 기름을 비싼 값에 팔 것이라는 부정적 인식이 팽배한데 이런 주장은 현재 주유소 경쟁상황을 전혀 모르고 하는 소리"라며 "일선 주유소들이 재빨리 주유탱크를 채우는 것도 싼 기름을 비싸게 팔려는 것이 아니라 다른 주유소보다 더 싸게 팔아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부 강압으로 시장에 맞지 않는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하다 보니 정유사-주유소간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며 "최근 국제 유가가 하락한 데다 정부 비축유가 이번주부터 수도권에 풀리면 공급 부족 현상이 차츰 완화되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 정부는 국내 기름값 안정을 위해 관련 부처 협의를 거쳐 정유사가 원유를 수입할 때 부과되는 관세(3%)에 할당관세를 적용해 세율을 낮추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서소정 기자 ss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