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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기름값 혼란' 동반성장도, 소비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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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기름값 혼란' 동반성장도, 소비자도 없다 ▲오현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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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오현길 기자]"기름이 떨어져서 주유소에 왔는데 기름이 없다는게 말이나 되나요"


최근 일부 주유소에서 경유 판매를 중단한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졌다. 지난해 1억배럴 넘게 경유를 수출한 나라에서 경유가 품귀현상을 빚고 있는 것이다.

정유사와 주유소는 '남 탓'만 되풀이하고 있다. 다음달 기름값 원상복귀를 앞둔 상황에서 동반성장도, 소비자도 뒷전이다.


정유 4사는 지난 4월 물가인상으로 인한 고통절감 차원에서 휘발유와 경유 가격을 한시적으로 3개월간 낮췄다. 결과적으로 국제 유가가 다시 오르며 100원 인하 효과는 금방 퇴색되긴 했지만 손해를 감수한 과감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주유소에서는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할인 기간이 끝나가니 정유사들이 기름을 공급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얼마남지 않는 기간 동안 손해를 줄이기 위한 꼼수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정유사들은 주유소의 사재기가 문제라며 책임을 회피했다. 가격이 쌀 때 재고를 많이 확보하려고 주문량을 급격하게 늘리고 있다며 주유소를 겨냥했다.


양측의 팽팽한 주장 속에서 GS칼텍스는 정유공장 고장으로 인한 가동 중단으로 정부에 비축유를 요청한 사실이 밝혀지며, 기름 품귀사태를 조장한 주범으로 몰리는 상황에 이르렀다.


손실을 줄이고 이익을 늘리는 것은 당연한 경제활동이지만 지금의 행태는 물가불안으로 고통받는 서민들을 볼모로 한 이기일뿐이다. 불과 한달전 정유사가 동반성장을 위해 주유소 사장을 초청해 열었던 파트너십 행사가 무색해졌다.


정유사는 계약을 맺은 주유소에게 양질의 기름을 정확하게 공급해야할 의무가 있다. 그래야 정유사를 믿고 기름을 판매할 수 있기 때문이다. 주유소 역시 가격 인상을 앞두고 이익을 앞세워 사재기를 지양해야 할 것이다.


정부가 주유소 유통과정을 집중 점검하겠다고 나서 그나마 위안이다. 품귀 현상이 더 커지지 않도록 유통체계에 대한 철저하게 감시하고, 매점매석 행위에 대해 공정하게 처벌해야한다. 또 독점적 지위를 가진 석유유통 체계를 개선하는 근본적인 대책을 기대해본다.


중동 정세 불안이 이어지며 하반기에도 기름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전망이다. 서민들의 한숨소리가 더 크게 들려온다. 서로 간의 비난을 거두고 정유사는 양질의 제품을 공급하고 주유소는 보다 나은 서비스로 경쟁하는 모습을 소비자들은 원한다.




오현길 기자 ohk0414@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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