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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불패?' 이젠 '강남필패'될 수 있어~

시계아이콘읽는 시간2분 32초

[골드메이커]‘강남불패’는 상승기에만 유효

강남불패 신화는 가격이 오를 때만 영원하다.


서울 강남 집값은 떨어지지 않는다는 '강남불패' 신화.

부동산 시장에서는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강남 집값이 떨어졌지만 여전히 강남 불패신화를 믿는 사람들이 많다.


강남불패 신화란 강남 부동산을 사면 다른 지역과는 달리 차별적인 상승세를 보여 고수익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는 집단적인 믿음이다.

강남불패 신화는 과연 영원한 것인가. 시도 때도 없이 강남불패 신화는 존재하는 것인가.


강남 지역이 다른 지역과 가격에서 차별성을 갖는다는 뜻은 이 지역에 대해 일종의 '입지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다는 것이다.


8학군을 대표하는 우수한 교육과 학원이나 교통, 쇼핑 등 편의시설, ‘지식정보화 시대의 대규모 공단’인 테헤란로의 오피스 타운, 신분재로서의 상징, 커뮤니티 등은 다른 지역에 비해 차별화된 가치를 부여하는 요인이다.


강남은 첨예화된 부동산 계급 갈등의 상징이다. 그래서 강남은 이제 사회경제적으로 하나의 이데올로기가 됐다.


시장 참여자들이 프리미엄 재화를 구매한다는 것은 한마디로 웃돈(프리미엄)을 지불하는 행위이다.


생계에 필요한 필수재나 가치재(Merit goods)를 구매한다기보다 사치재를 구매하는 것이다.


이런 프리미엄에 대한 가격 형성도 일반 재화와 같은 패턴으로 움직이기 마련이다. 말하자면 호황기에 프리미엄 가격이 올라가고 불경기에 내려가는 구조라는 것이다.


최근 소득증가, 웰빙 바람과 함께 주목받고 있는 조망권 프리미엄이나 특정 층과 향의 편향적인 선호도 비슷한 궤적을 그린다.


전반적으로 강남 지역에서 입지에 대한 프리미엄은 일반 경기순환에 따른 수축기에도 다소 줄어들긴 하지만 프리미엄은 유지된다.


수요가 팽창하는 확장기에 프리미엄은 더 많이 붙기 마련이다. 특히 시장 참여자들 사이에서 시세 상승의 강한 믿음이 형성되는 대세 상승기에는 프리미엄이 천정부지로 치솟는다.


또 강남아파트의 희소성, 강남은 최고의 투자재라는 인식은 프리미엄 급상승을 부채질한다.


시장이 충격에 빠지면 ‘평균회귀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나 강남 불패신화는 영원하지 않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쇼크가 주택시장에 충격파를 던졌을 때 강남불패는 없었다. 오히려 강북이나 수도권 지역보다 가격이 더 많이 떨어졌다.


소규모 개방경제인 한국은 앞으로 글로벌 환경에 따라 위기가 반복될 수밖에 없다.


이번 글로벌 금융위기는 정부의 신속한 대응으로 잘 넘겼다. 그리고 급락했던 아파트값도 다행히 규제 완화와 유동성 공급으로 많이 회복됐다.


시기를 예단할 수 없지만 설사 우리의 잘못이 없더라도 글로벌화된 세계에서는 이웃의 잘못 만으로도 언제든지 위기는 찾아올 것이다.


아파트 가격이 지금보다 더 부풀려진 상태에서 외부 충격이 닥쳤을 때 가격은 바닥없이 무너져 내릴 수 있다. 그때 강남 불패신화는 언젠가는 바벨탑처럼 붕괴될지 모른다.

위기로 시장이 충격에 빠지면 가격이 하락하면서 평균으로 수렴(회귀)하려는 경향이 나타난다. 그동안의 프리미엄은 바닥으로 곤두박질친다.


일어나서는 안되겠지만 우리나라에 리히터 규모 7.0 이상의 지진이 닥쳤다고 상상해보라.


그럼 상당수 건물이 무참하게 붕괴될 것이고 강남권의 차별화된 커뮤니티도 파괴될 것이다. 이럴 경우 강남 프리미엄은 완전히 없어지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한동안 상당부분 축소될 것이다.


주택시장이 외부충격을 받으면 인기 지역은 수요층이 많기 때문에 덜 떨어질 것으로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이런 믿음은 실수요 성격이 강한 상품 시장일 때만 통하는 법칙이다. 자본이득을 위한 자산시장 성격이 강한 시장, 실수요 못지않게 투기적 수요가 몰리는 시장에서는 오히려 그동안 붙었던 웃돈이 급락하는 사태로 이어진다.


투기적 수요가 다른 지역보다 가격이 더 많이 떨어지게 하는 불안요인이 된다. 투기적 수요는 시장이 활활 타오를 때에는 기름을 붙지만 시장이 충격에 빠지면 폭락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투기적 수요가 가격 변동성을 키우는 것이다. 투기적 수요가 '산이 높으면 골도 깊다'는 교훈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실제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 송파구 잠실동 장미아파트는 고점(2006.11~12월)대비 48%까지 폭락했고 강동구 둔촌동, 고덕동 일대 아파트값도 30%이상 떨어졌다.


강북에서 투기적 수요가 많지 않은 광진구 광장동 일대는 10~20% 정도 떨어진 것에 비하면 강남 지역이 얼마나 심한 변동성을 갖고 있는 지 보여준다.


외환위기 당시 일산보다는 분당 아파트값이 더 많이 떨어졌던 것과 같은 맥락이다.


실수요가 두터운 시장은 위기가 닥쳐도 굳건하다.



과도한 투기적 수요가 ‘강남 필패’를 부른다

위기가 오면 과도하게 프리미엄이 형성돼 있는 곳에서 집주인들은 걱정 속에 조바심을 갖는다.


위기는 대체로 금리 급등 같이 금융시장이 경색되거나 고용 불안과 함께 나타난다.


때문에 그동안 시세 차익을 겨냥하고 은행에서 돈을 많이 빌려 투기대열에 참여했던 사람들은 거의 공포 상태가 된다.


일반적으로 집값이 하락할 때에는 투자자 사이에서 명목가격에 대해 ‘손실 회피(Loss aversion)’ 경향이 나타난다. 이익을 봤을 때의 기쁨보다 손실을 봤을 때의 고통을 더 싫어하는 것이다.


그래서 사람들이 이익보다 손실에 더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대체로 주택 수요자들은 집을 팔 때 대출금을 상환하고 새집 장만의 밑천(Down payment)으로 활용 수 있는 정도로 충분한 금액을 원한다.


하지만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이러한 생각을 실행으로 옮길 수 없다(순자산의 제약).


그래서 매입가 이하로 집값이 내려갔을 때 매물을 싸게 내놓으려고 하지 않는다. 이러한 손실 회피와 순자산의 제약으로 대체적으로 가격 하락기에는 거래가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공포상태가 되면 상황이 달라진다. 더 이상 손해를 보기 전에 매도해서 손실을 최소화하려는 방어 심리가 발동한다. 투매 물건이 나오는 것도 이러한 경향 때문이다.


실제로 2008년 금융위기 당시 급매물로 나온 강남권 아파트 중 상당수가 대출을 잔뜩 끼고 투자했던 아파트가 매입 가격 이하로 떨어지자 급히 손절매한 물건이었다.


이럴 때 집을 팔기위해 '하한가'로 내놓지만 사려는 사람이 없다. 수요자들은 더 떨어질 것으로 보고 프리미엄을 지불하지 않으려고 하기 때문이다.


부동산 불패신화가 붕괴되는 순간이다(그런데, 강남불패 신화 붕괴와 부동산 버블 붕괴는 본질적으로 다른 얘기다. 강남불패의 신화 붕괴는 이 지역에 형성된 입지 프리미엄이 무너지는 것이다. 하지만 부동산 버블 붕괴는 외부 충격으로 부동산 내부의 모순이 터지면서 부동산시장의 자체 시스템이 버퍼(buffer, 완충장치)기능을 완전히 상실, 허물어 내리는 것을 의미한다).


요컨대 강남 불패신화는 가격이 오를 때만 영원한 법이다. 만약 가격이 떨어진다면, 그것도 외부 충격에 의해 가격이 폭락할 때에는 오히려 ‘강남불패(不敗) 신화’는 커녕 ‘강남필패(必敗) 신화’가 나타난다.


그만큼 대중들에서 형성된 그릇된 맹신은 위기 때는 속절없이 무너지는 거품과도 같은 것이다.



박원갑 부동산1번지 부동산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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