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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손실 공유'는 나눔 아닌 떠넘기기

시계아이콘00분 57초 소요

정운찬 동반성장위원장이 어제 자신의 제안인 '초과이익 공유제'를 '이익ㆍ손실 공유제'로 수정해 내놨다. 대기업이 목표 이상으로 올린 초과이익을 협력사인 중소기업에도 나눠주자는 취지로 내놓은 이익 공유제가 재계의 반발에 부닥치자 '그러면 손실도 공유하기로 하면 되겠느냐'고 말하는 듯 이익ㆍ손실 공유제를 제시한 것이다.


이런 수정 제안은 대기업과 협력 중소기업 간 힘의 불균형을 시정한다는 이익 공유제의 애초 취지를 허물어버리는 것이다. 이익도 나누고 손실도 나누자는 말은 얼핏 공평한 제안으로 들릴지 모르지만 현실적으로는 무의미하다. 힘이 대등하지 않은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관계에서 대기업 이익의 공유는 나눔의 실천이라도 될 수 있지만 대기업 손실의 공유는 떠넘기기가 될 뿐이다. 예를 들어 대기업의 종합적 경영전략 착오로 발생한 손실을 기껏 부품이나 납품하는 협력 중소기업이 분담해야 할 이유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정 위원장의 제자로서 그를 돕고 있는 한 경제학자는 '위험분담금 사후정산제'라는 이름으로 '손실 공유'안을 제시하자 중소기업인들이 매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기자들에게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어떠한 방식으로 조사해 그런 반응을 확인했는지는 밝히지 않아 그의 말을 그대로 믿기가 어렵다.


법적으로 동반성장위원회는 정부 기구가 아닌 민간 기구이니 공적 강제력을 행사할 수 없고, 따라서 이 위원회가 무엇을 제안하든 이해당사자인 기업들이 받아들일지 여부를 알아서 판단하면 될 일이다. 문제는 이 위원회가 이명박 대통령이 밀어주고 정부가 뒷받침하는 조직인 탓에 재계가 비판하고는 있지만 무시하지는 못하는 상태에서 정 위원장 개인의 지나친 독주로 사회적 협의기구의 성격을 상실하고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우려되는 것이 이 대통령, 정 위원장, 재계 3자의 체면과 이익을 두루 살리는 방향에서 '동반성장' 방안이 절충되고 말 가능성이다. 그렇게 되면 실속 없는 공리공론에 사회적 비용만 낭비한 셈이 될 것이다. 동반성장위원회의 권한과 역할의 범위를 보다 분명히 하고, 정부와 기업계가 각각 책임지고 할 수 있는 일을 찾아 당당하게 하는 절도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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