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블로그] 서민 우롱하는 '반값'](https://cphoto.asiae.co.kr/listimglink/1/2011062014202687756_1.jpg)
'싸다'는 인식의 변곡점은 '50%' 또는 '절반'의 어디쯤인 것 같다. 그래서 '파격'이라는 느낌을 주려면 적어도 '반값세일'은 돼야 하는 모양이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반값 논란은 사실 해마다 있었다. 참여정부 시절인 2006년 당시 한나라당 제5정조위원장이던 이주호 현 교육과학기술부장관은 대학등록금 부담을 반으로 줄이자는 취지의 고등교육법 개정을 추진했다.
반값 등록금은 그해 5·31지방선거의 한나라당 공약이었고 이듬해 대선 공약으로도 채택됐다. 그러나 이후 5년 간 대학 등록금은 꾸준히 올랐다. 상처가 곪아 터져 결국 대학생들의 촛불시위로까지 번졌다.
같은 해 나온 게 반값아파트다. 홍준표 한나라당 의원은 그해 서울시장 경선에서 내걸었던 서민용 반값아파트 공약을 입법화했다. 한나라당은 반값아파트를 당론으로 채택했다. 당시 내놓은 게 대지임대부 분양주택법안으로 땅은 영구임대하고 건물만 분양하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지금의 절반 수준으로 내리자는 것이 요지였다. 근 1년간 찬반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토지임대부 및 환매조건부 분양주택이 첫 선을 보였다. 결과는 참담했다. 당시 대한주택공사(현 한국토지주택공사)는 군포 부곡지구에 환매조건부주택, 토지임대주택 등 804가구의 청약을 받았지만 신청자는 83명에 불과했다. 현실을 무시한 탁상 대책의 결과다.
청와대는 "당초부터 반값아파트가 실효성이 낮고 반값아파트라는 표현은 가능하지도 않고 국민들에게 잘못된 기대와 환상을 심어 줄 수 있다는 입장을 갖고 있었다"고 해명했다.
궁색하게도. 시장 기능을 무시하고 정치논리를 쫓다보니 실패가 예고된 정책을 폈다.
이듬해 다시 등장한 것이 보금자리주택이다. 강남에 반값으로 아파트를 살 수 있는 길을 열자고 시작했고 여론은 지지를 보냈다. 결국 세곡, 내곡, 우면, 위례신도시 등 강남ㆍ서초ㆍ송파구에 등장하는 보금자리주택은 주변 집값을 끌어내리기는 커녕 국민의 세금으로 일부에게 특혜를 주는 '로또아파트'가 됐다.
반값아파트는 그럴싸하지만 정책의 방향이 수 억원의 분양가를 부담할 수 있는 계층에 향하는 데는 이론의 여지가 있다. 돈 없는 서민들에게 반값아파트는 여전히 그림의 떡이다.
반값에도 양지와 음지가 있다. 반값은 환호를 불러일으킬만하지만 한정된 재원(세금)의 배분을 통해서만 가능한 반값이라면 결코 환영받을 만한 일이 못된다. 환호를 표로 바꾸려 한다면 실패한 반값아파트 정책만 거듭할 뿐이다.
김민진 기자 asiakm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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