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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안에 돈 쌓는 일본인, 경제성장 '걸림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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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공수민 기자] 지난 3월11일 발생한 지진해일(쓰나미)로 일본 내에 수천개의 금고가 떠내려갔지만, 일본인들은 여전히 집안에 현금을 쌓아두고 있어 일본 경제 회복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


◆"금고 떠내려가도 집안에 돈 쌓을래"= 대지진 이후 일본의 금고판매는 급증했다. 집안에 현금을 쌓아두려는 소비자가 늘어난 것이다.

14일 블룸버그 통신에 따르면 일본 금고 제조업체 에이코의 금고 판매는 대지진 이후 40% 이상 늘었다.


에이코의 이시이이 쓰토무 판매담당자는 "텔레비전 화면으로 쓰나미가 모든 것을 파괴하는 모습을 본 사람들이 더 이상 어떤 보호장치도 없이 집안에 현금을 두려고 하지 않고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유명 금고회사 센트리 그룹의 일본 법인은 방수와 내화 성능을 갖춘 제품 판매가 대지진 이후 5배 이상 늘었다고 밝혔다.


대지진과 쓰나미를 겪은 이후에도 일본인들이 '장롱 저축(단스 요킨)' 문화를 고수하고 있는 것이다. 장롱 저축이란 일본의 노인들을 중심으로 현금을 은행에 저축하지 않고 집안에 보관하는 것을 뜻한다.


일본은행(BOJ)이 초저금리 정책을 펼치고 있어 예금을 해도 이자가 거의 붙지 않기 때문에 노인들은 현금인출기를 이용해 돈을 뽑아 쓰기 보다는 집안에 현금을 보관하고 있다.


게다가 닛케이225지수가 지난 5년 동안 30% 이상 하락하는 등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됐고 일본 가계의 현금자산 비중은 크게 늘어났다.


BOJ에 따르면 일본 가계의 1489조엔 금융자산 가운데 현금과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은 55%인 것으로 집계됐다. 현금과 예금이 차지하는 비중이 미국의 4배에 이르는 것이다.


BOJ는 2008년 당시 일본의 장롱 저축 규모가 약 30조엔에 달할 것으로 추산했으며, 다이이치생명리서치연구소의 구마노 히데오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의 장롱저축 규모가 현재 20조엔에서 45조엔 사이일 것으로 예상했다.


쓰나미로 떠내려온 금고 수와 보관된 현금 규모만 봐도 일본 가계에 쌓여있는 현금규모가 상당함을 알 수 있다.


쓰나미 피해를 입은 미야기현 이시노마키시의 경찰소에는 주인을 잃은 약 700개의 금고가 쌓여있다.


이시노마키시 경찰소의 후쿠시마 요시아키 경찰관은 “한 금고에서는 무려 7000만엔(9억4400만원)이 발견됐다”면서 “금고들에 들어있는 현금 규모를 보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이 곳 외에도 쓰나미 피해를 입은 지역에는 평균 100만엔이 들어있을 것으로 추정되는 금고 수백개가 보관돼 있다.


◆소비자지출 위축..경제성장 어쩌나= 문제는 일본인들이 집안에 돈을 쌓아두고 지출을 하지 않으면서 경제성장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것이다.


대지진 이후 일본 기업들이 예상보다 빨리 생산라인을 복구하면서 일본의 산업생산이 되살아나고 있다. 여기에 정부의 재건 노력까지 더해지며 올 하반기 일본 경제가 회복될 것이란 전망이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수요가 뒷받침되지 못한다면 경제회복 속도는 더뎌 질 수밖에 없다.


모건스탠리의 로버트 펠드먼 일본경제리서치 대표는 "(일본 경제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소비자 지출을 반드시 이끌어내야 한다"면서 "취약한 소비자지출은 일본 경제 위축의 이유 가운데 하나"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올 1~3월 소비자지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0.6% 감소했다. 대지진 여파로 일본 국내총생산(GDP)이 2분기 연속 감소하면서 사실상 경기침체 국면에 진입하자 소비심리가 얼어붙은 것이다.


특히 일본은 디플레이션이 지속되면서 소비자지출을 부양하는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일본 통계청에 따르면 일본의 명목 가계 지출은 지난 10년 동안 월평균 8.5% 감소했다.


일본 정부가 재해복구를 위해 소비세율(부가가치세율)을 현행의 두 배인 10%로 인상할 계획이라 소비자지출은 더욱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신킨자산운용의 미야자키 히로시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일본 가계는 경기부양을 위해 지출할 준비가 아직 돼있지 않다"고 진단했다.




공수민 기자 hyunh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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