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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배우, '지킬앤하이드' 김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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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배우, '지킬앤하이드' 김우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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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태상준 기자] 모두가 뮤지컬 '지킬앤하이드 Jekyll and Hyde'를 조승우의 작품으로만 기억하지만, 사실 그렇게 생각하면 곤란하다. '지킬앤하이드'는 1886년 영국 작가 로버트 루이스 스티븐슨이 발표한 소설 '지킬 박사와 하이드 씨의 이상한 사건 The Strange Case of Dr.Jekyll and Mr.Hyde'을 원작으로 하고 있는 작품. 선하고 올바른 면과 끔찍하고 사악한 면, 이렇게 양면의 이미지를 가진 한 남자의 이중성을 다룬다. 원작 자체도 출간과 동시에 즉각적인 성공을 기록했지만, 이를 원작으로 한 데이빗 스완의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못지 않다. '웨스트사이드스토리' '애니' '스팸어랏' 등 수많은 히트 뮤지컬을 창조한 작곡가 데이빗 스완의 '지킬앤하이드'는 1990년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에서의 초연 이후 평론가들과 관객들의 격찬 속에 브로드웨이로 진출, 미국 대표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지킬앤하이드' 열풍은 한국으로 고스란히 넘어왔다. 2004년 국내 초연 이후 모든 공연이 90% 이상의 유료 관객 점유율을 기록했으며, 커튼 콜에서는 기립 박수가 일반적인 현상이다. '지킬앤하이드'는 국내 공연된 라이선스 뮤지컬 중 명실상부한 최고 히트작의 자리에 올라선지 오래다. 다시 조승우 이야기로 돌아가자. 다른 뮤지컬들이 연기력보다는 가창과 안무 실력에 많은 부분을 기댄다면 '지킬앤하이드'는 한 명의 주연 배우가 이 모든 것들을 완벽하게 소화해야 한다. 다른 주요 배역들이 있기는 하지만 2시간 30분 남짓한 러닝타임 내내 혼자 '북치고 장구치며' 극을 이끌어야 하는 사람은 지킬과 하이드다. '춘향뎐' '와니와 준하' 등 뮤지컬로 넘어가기 전 이미 영화에서 연기 수업을 쌓은 조승우가 '지킬앤하이드'에서 독보적으로 부각된 이유는 이 때문이다. 다소 부족한 가창 실력을 조승우는 완벽한 캐릭터 분석력과 무대 장악력으로 확실하게 만회했다.


뼛속까지 배우, '지킬앤하이드' 김우형

조승우는 5월 7일 공연을 끝으로 '지킬앤하이드'를 떠나 2011년 하반기 공연 예정인 새로운 뮤지컬 프로젝트 '조로'로 옮겨갔다. 그러나 전혀 아쉬워할 이유는 없다. 가창력 최고인 '홍지킬' 홍광호와 일본 '시키 극단'에서 '라이온 킹'으로 데뷔한 실력파 '시키지킬' 김준현 그리고 2006년, 2009년에 이어 통산 3번째로 '지킬앤하이드'에 복귀한 '김지킬' 김우형이 3인3색의 '지킬앤하이드'를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 중 마지막 김우형을 주목하자. 김우형은 뮤지컬 배우라면 모두가 간절히 원하는 '꿈의 배역'을 세 번이나 연기할 행운을 움켜쥔 국내 뮤지컬 계의 대표 배우다.(지금까지 '지킬앤하이드'에서 타이틀 롤로 등장한 배우는 조승우, 류정한, 서범석, 민영기, 홍광호, 김준현 그리고 김우형까지 모두 일곱 명에 불과하다) '지킬앤하이드' 외에도 '미스 사이공' '아이다' 등 유독 대극장 블록버스터 뮤지컬에서 활짝 '발광'하는 김우형에 대한 모든 것을 알아본다.


뼛속까지 배우, '지킬앤하이드' 김우형

데뷔
원래는 영화 배우를 꿈꿨는데, 어렸을 때 '지킬앤하이드'를 보고 충격 받았어요. 말이 필요 없는 최고로 멋진 캐릭터잖아요. 남자로서도 강한 매력을 느껴서 나이 들어서 내가 꼭 해보겠다는 굳은 결심을 했습니다. 어렵게 '지킬앤하이드' 오디션에 합격했는데, 정작 데뷔는 같은 회사의 뮤지컬 '그리스' 대니 역으로 했어요. 실망하지는 않았지만, 춤을 춰본적이 없어서 당황스러운 느낌이 더 컸죠. 김무열, 조정석, 엄기준, 이선균 등 지금 활발하게 활동하는 뮤지컬 스타들이 전부 '그리스' 출신이에요. 진짜 아무것도 몰랐지만 패기와 열정 하나만 믿었습니다. "나는 꿈과 목표가 있는 젊은이니까 뭐든지 할 수 있어" 이런 생각으로 겁 없이 했어요. 무대도 전혀 두렵지 않았구요. 지금요? 무대는 제게 있어 너무나 두렵고 무서운 곳으로 변해가고 있습니다.


지킬앤하이드
제게 꿈의 뮤지컬은 딱 두 편 '지킬앤하이드'와 '아이다'였는데, 공교롭게도 두 편에 모두 출연했어요. 행운이죠. '지킬앤하이드'는 주연이 혼자 내러티브를 이끌어야 해서 배우로서는 부담이 큰 역할이에요. 저는 특정 작품에서 목표가 있으면 그걸 위해 통제가 심해요. 상체 노출을 해야 하는 '아이다'를 위해서는 다이어트를 철저히 했어요. '지킬앤하이드'는 체력 소모도 많고 성대를 많이 써야 하는 작품이어서, 공연 중에는 '조신한' 삶을 살면서 캐릭터와 자신을 동일시 합니다. 원래 '놀고 먹는 것' 매우 좋아하는 게으른 사람인데, 절대 못 놀고 못 먹어요,. 제가 연기하는 하이드를 본 관객들이 '징그럽다. 무섭다. 야하다.' 등 즉각적인 반응을 보일 때, 연기하는 배우로서 가장 보람을 느낍니다.


뼛속까지 배우, '지킬앤하이드' 김우형


홍지킬 對 시키지킬 對 김지킬
셋 다 달라요. (홍)광호의 경우 노래를 정말 '끝장'날 정도로 잘하고, (김)준현 형은 '시키극단' 출신 배우 답게 노래와 연기가 아주 안정적인데다가 육체도 아주 건장하구요. 그에 비해 저는 좀 선이 굵은 '에프엠' 연기자라고 해야 할 것 같아요. 저는 연출가와 상호 합의해서 만들어 놓은 지킬 역을 충실하게 하는 편이에요. 가끔 즉흥 연기나 대사를 할 수는 있겠지만, 이 역시 연출가가 원하는 방향 안에서만 하죠. 연기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100% 정석대로 지킬과 하이드를 연기하려고 합니다. 어떤 순간에 이런 즉흥 대사를 치면 관객들로부터 더 즉각적인 반응이 나올 거라는 것도 잘 알아요. 하지만 저는 절대 안 합니다. 저는 '지킬앤하이드'의 본질적인 매력을 원작자의 의도에 맞게 표현하는 것이 배우에게 주어진 임무라고 생각합니다.


뮤지컬 & 영화
영화는 여전히 해보고 싶은 장르입니다. 무대 연기자와 카메라 연기자가 다르다고 생각하진 않지만 분명히 뿌리는 다른 것 같아요. 무대 연기자가 러닝 타임 내내 같은 호흡으로 에너지와 카리스마를 갖고 극을 이끈다면, 카메라 연기자는 철저히 순간 몰입해야 하는 그런 스타일이잖아요. 만약 영화를 하게 된다면 단역부터 착실하게 하면서 시작하고 싶어요. 로맨틱 코미디나 멜로, SF 장르는 체질상 안 맞고, 거칠고 강하면서 욕 많이 나오는 영화면 좋죠. 황정민 주연의 '사생결단'이나 설경구 나온 '공공의 적' 같은 영화. 혹은 조승우의 '말아톤'도 승부욕을 자극하는 작품입니다. TV 드라마는 못할 것 같아요. 예쁘고 잘 생기고 완벽한 외모를 가진 사람들이 해야 어울리죠. 저처럼 '우락부락'한 사람이 할 매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창작 뮤지컬, 위기?
외국 라이선스 뮤지컬의 경우 한 작품을 완성하는 데 시간적, 금전적으로 많은 것들이 투자됩니다 그런데, 국내 창작 뮤지컬은 평균적으로 3~4개월 '뚝딱' 준비해서 무대에 올라가죠. 제가 했던 '대장금'도 그랬고요. 이런 상황에서 완벽한 것을 기대하는 것 자체가 무리라는 생각입니다. 창작 뮤지컬을 만드는 데 최소 1~2년 정도는 투입이 되어야 해요. 음악 작업도 장기적으로 진행되어야 합니다. 국내 창작 뮤지컬 중 성과가 아주 좋았던 작품이 '영웅'일텐데, 제작사인 에이콤 윤호진 대표가 이 작품에만 8년 가까이 매달렸어요. 완벽한 작품은 결국 시간이 결정해 준다는 좋은 예입니다.


뼛속까지 배우, '지킬앤하이드' 김우형


라이벌
없어요. 제가 잘 해서 그런 건 절대 아니에요. 대신 모든 배우들이 제게는 다 자극으로 다가옵니다. 선배, 후배, 앙상블까지 마찬가지에요. '지킬앤하이드' 처음 할 때는 선배들 공연 보면서 좋은 점은 다 '뽑아 먹으려고' 노력했어요. 지금도 이 생각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그 배우만이 할 수 있는 특유의 것은 '카피'하지 않지만, 특정 상황에서의 감정 표현이나 연기, 움직임 같은 요소들이 좋다고 판단하면 가급적 제 것으로 만들려고 노력해요. '지킬앤하이드'에서의 제 연기도 좋다고 생각되면 다른 배우들도 맘껏 가져가서 쓰면 좋겠어요.


서른한 살, 배우 김우형
20대 때가 워밍업이었다면 서른 살부터가 배우로서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생각합니다. 배우로서 진정한 매력을 구축하고 본격적으로 뻗어나갈 준비를 갖추어야 하겠지요. 배우뿐 아니라 남자로서 서른 살은 중요한 시기에요. 배우로서도 인간으로서도 서른 즈음해서 힘든 시련들을 많이 겪었어요. 올해 초까지 두 번째 성장통을 제대로 경험했고, 자연스럽게 아파하고 힘들어 하면서 이겨냈습니다. 지금은 아주 행복해요. 밑바닥을 경험한 탓인지 조금씩 더 행복해 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앞으로도 계속 행복의 정도가 올라갈 거라는 설레임과 희망도 있구요. 당당하고 멋지게 늙어가고 싶습니다. 나이에 맞는 역할을 하면서 무대에서 나이 먹는 배우가 되고 싶습니다. 남자라면 길게 굵게 가야죠. 자신 있습니다.




태상준 기자 birdcage@
사진_이재문 기자 moo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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