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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FF+10] 마스터 클래스│“중요한 걸 중요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 촬영감독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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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IFF+10] 마스터 클래스│“중요한 걸 중요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 촬영감독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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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한 영화는 감독과 배우의 이름으로 기억되지만, 사실 어두운 극장에서 관객들이 눈을 마주하고 있는 자는 바로 촬영감독이다. 그들의 눈은 영화의 마지막 창이자 관객과 소통하는 가장 은밀한 통로다. 클레어 드니, 노엘 버치를 잇는 제 12회 전주국제영화제의 마지막 ‘마스터’는 바로 촬영감독 김우형이다. 5월 3일 <만추>의 상영 후 영화평론가 김영진과 함께 진행된 마스터 클래스에서는 “초등학교 졸업식 때 형이 필름카메라로 찍어준 영상을 보고 한 순간에 카메라에 빨려 들어갔다”는 첫 경험의 고백부터 대학동아리를 거쳐 런던필름스쿨에 입학하기까지, 1997년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 메이킹 필름에서 시작해 <거짓말>, <해피엔드>, <바람난 가족>, <그 때 그 사람들>, <파주> 최근작 <만추>에 이르기까지의 작업과정에 대한, 과장 없는 그러나 잔잔한 유머를 곁들인 이야기가 2시간 넘게 이어졌다. 여기 대한민국 모든 감독들이 꿈의 촬영감독, 김우형 ‘마스터’의 비밀노트를 살짝 공개한다.

배우와 감독, 촬영 감독과 스태프들의 신뢰는 며칠 밤 술 먹고 으쌰으쌰 팀워크를 다진다고 얻어지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매일 매일 작업하는 모니터로 확인되는 것이다. 한 장면, 한 장면이 모두가 원하던 대로 제대로 찍혔다는 것이 확인 될 때, 배우도 감독도 우리도 서로를 믿고 자신의 일에 충실할 수 있는 것이다


필름과 디지털의 미래에 대해서는 정말 많은 논의들이 오갔다. 이제 그 장단점, 기술적인 데이터를 비교하는 건 의미가 없다. 사실 흑백에서 칼라, 무성에서 유성으로 변화했던 순간들과 비교해본다면 별로 큰 변화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리고 모든 영화들에는 촬영의 조건과 상황이란 게 있다. 그런 고려 없는 포맷선택은 불가능한 거다. 클로즈업은 클로즈업이고, 풀 샷은 풀 샷이다. 그게 디지털이건, 필름이건 혹은 16mm건 촬영감독은 똑같은 태도로 일하려고 노력할 뿐이다.

누군가는 나를 ‘촬영기사’ 혹은 ‘촬영감독’ 어떤 감독은 우형아, 라고 부르기도 한다. 미국 스태프들은 DP(Director of Photography)혹은 시네마토그래퍼(Cinematographer)라고 부르기도 하고. 그런데 뭐라고 불리던 간에 나는 똑같은 방식으로 소통했고 똑같이 일한다. DP가 아닐 때는 그럼 조명을 소홀히 할 것인가? 그건 잘못된 논의라는 생각이다. 그저 부르는 이름의 차이일 뿐이다.


감독과 촬영감독 사이에 시나리오는 꼭 필요한 것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이다. 배우와 제작자들을 설득하기 위한 현존하기 위한 최선의 수단이랄까. 사실 자기 생각을 글로 표현하는 능력의 차이도, 그것을 표현하는 방식의 차이도 있으니까 중간에 오해가 생기기도 하고. 진짜 원하는 것을 알아내려면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영화를 함께 보면서 톤과 느낌을 서로 찾아가는 것이 가장 빠른 방법일 것이다


촬영감독은 결정하는 사람이 아니다. 대신 많은 제안을 하는 사람이다. 그 제안이 받아들여질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는 거다. 감독과 어느 정도 싱크가 맞아지기 시작하면 마음껏 제안을 하고 제 기능을 발휘하게 되는 거다. 하지만 오히려 요즘 들어 제일 신경 쓰는 건 현장이다. 2시간의 완성된 결과물은 감독이 가져가는 거고, 스태프들에게는 2, 3달의 현장이 삶이니까 그 현장이 즐겁고 활기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것이 감독과 촬영감독의 좋은 관계보다 중요한 일이라는 생각이다


어느 날엔 ‘행복한 사고’ (happy accident)가 찾아오기도 한다. 갑자기 구름이 사라지고 태양이 빛나거나, 실수로 넘어진 순간이 절묘하게 아름다웠다던가 하는 식으로 결코 계획하고 통제될 수 없는 절묘한, 한 영화에 한번 생길까 말까하는 순간. 어떻게 보면 기술적으로 살짝 어긋나는 예상치 않은 아름다운 순간은 기술의 영역을 뛰어넘는 행운 같은 것이다


촬영감독은 기술자인가 예술가인가? 나는 둘 다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예술가가 먼저 될 수는 없다. 기술적인 성취를 통해 결국 예술적인 성취에 다다를 수는 있는 거다. 아름다운 순간은 찍고 싶다고 찍을 수 있는 건 아니다. 기술을 먼저 익히고 그리고 이후에는 그 기술에 휘둘리지 않는 게 중요하다. 움직이는 영상을 정지시켜놓고 한 장면만 본다면 예쁘게 찍을 수 있다. 하지만 그건 한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정말 공들여 찍은 장면은 멈춰서 보면 모두 다 아름답다. 하지만 그것이 플레이되는 순간, 그 조명과 포커스와 빛은 사라진다. 오로지 배우의 퍼포먼스만 보인다. 탕 웨이의 클로즈업이 얼마나 아름답게 찍혔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앞과 뒤에 어떤 컷이 붙어있는가가 더 중요한 것이다. 앞과 뒤의 흐름, 이 거대한 화면에서 어디를 바라볼 것이냐는 것을 결정해주는 것, 중요한 걸 중요하게 보이게 하는 것이야말로 촬영감독의 진짜 역할인 것이다”


10 아시아 글. 전주=백은하 기자 one@
10 아시아 사진. 전주=이진혁 elev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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