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지용 기자] 우리 국민들의 실질소득이 2년만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교역조건이 악화된 탓이다.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11년 1/4분기 국민소득(잠정)'에 따르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보다 1.3% 성장했지만 실질 국민총소득(GNI)은 0.1% 감소했다. 실질 GNI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09년 1분기(-0.2%) 이후 처음이다.
이는 경제성장에도 불구하고 실제로 국민들의 살림살이는 악화된 것을 의미한다. GNI는 우리나라 국민이 국내외 생산활동에 참여한 대가로 벌어들인 소득의 합계로 교역조건을 감안한 실질적인 구매력을 나타낸다. 예를 들어 수출가격이 오르고 수입가격이 내리면 동일한 수출량으로 더 많은 수입품과 교환할 수 있게 되지만 반대의 경우에는 구매력이 떨어지고 국민소득이 감소한다.
GNI 감소는 고유가 등으로 교역조건이 악화되면서 무역손실 규모가 전분기보다 늘어난데 기인했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실제로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실질 무역 손실은 지속적으로 확대되고 있다. 올 1분기 무역손실은 15조1000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4분기 10조7000억원에 비해 4조원 이상 큰 폭으로 늘었다. 3분기에는 10조1000억원, 2분기 9조8000억원, 1분기 9조1000억원 등으로 실질 무역 손실은 계속 늘고 있는 추세다.
장은종 한은 지출국민소득팀 과장은 "국제유가가 크게 오르면서 수입물가가 수출물가를 앞지른데 따라 실질 무역손실이 발생했다"며 "결과적으로 GNI 감소는 수출에 따른 실질소득이 줄어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쉽게 말해 현재 자동차 한대를 수출한 대가로 수입할 수 있는 물품의 양이 과거보다 줄어든 것을 의미한다"며 "교역조건 변화에 따른 이익이 줄어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실질 GDP는 생산측면에서는 건설업이 부진했지만 제조업이 큰 폭으로 증가하면서 성장세를 나타냈다. GDP는 지난 4월 발표된 속보치 1.4%보다 0.1%포인트 하향 조정됐지만 전년동기대비 성장률은 4.2%로 동일했다.
건설업은 건물 및 토목건설이 모두 부진하면서 전기대비 6.1% 감소했지만 제조업은 금속제품, 전기전자 및 운송장비 등의 호조로 3.1% 성장했다. 서비스업은 도소매업, 보건 및 사회복지를 중심으로 전기대비 1.2% 증가했다.
지출 측면에서는 설비투자 및 건설투자가 줄었으나 재화 수출의 증가세가 확대됐다. 민간소비는 음식료품, 차량용 연료 등 비내구재 지출이 부진했지만 에어컨, 휴대전화 등 내구재 소비가 늘어난데 따라 전기대비 0.4% 증가했다. 설비투자는 반도체제조용기계, 선박을 중심으로 전기대비 1.1% 감소했으며 건설투자는 건물 및 토목 건설이 줄면서 6.7% 감소했다.
재화수출은 전기대비 4.6% 증가했으며 수입은 3.1% 늘었다. 한편 총저축률은 31.9%로 전기대비 0.4%포인트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종소비지출(2.5%)이 국민총처분가능소득(1.9%)보다 큰 폭으로 늘어난 탓이다. 국내총투자율도 29.0%로 소폭 하락했다.
채지용 기자 jiyongcha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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