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원 기자] "이명박 대통령이 언급한 대기업 '총수 문화'와 '실적 위주 경쟁', '따듯한 경영'이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지 도무지 모르겠다."(A대기업 임원)
MB 정부의 '대기업 때리기' 칼날이 총수를 직접 겨냥한 가운데 주요 그룹에서는 이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배경과 진의 파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총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대기업의 실적 위주 경쟁은 남의 희생을 낳는다' 등의 강도 높은 이 대통령의 질책성 발언이 예사롭지 않다는 게 재계의 일반적인 반응이다.
일각에서는 MB 정부의 대ㆍ중소기업 상생 정책 기조에는 적극적으로 찬성하지만 강압이 아닌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동반 성장의 여건을 정부가 나서 마련해줘야 한다는 성토의 목소리도 쏟아졌다.
최근 재벌 총수를 둘러싼 불미스러운 사건이 연달아 터지는 등 오너 중심의 고질적인 한국의 경영 구조를 뒤흔들겠다는 의중이 담긴 것은 아닌지 다각도에서 사태를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이 대통령이 대기업 총수를 겨냥해 강도 높은 발언을 내놓은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대ㆍ중소기업의 동반 성장을 위해서는 총수가 나서 이끌어줄 것을 여러 차례 주문했다. 지난 16일 "대기업 문화가, 총수 문화가 바뀌어야 한다. 그랬을 때 지속적인 동반성장 문화를 굳힐 수 있다"고 말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초점이 총수의 '문화'에 맞춰지면서 대기업에서는 발언 수위를 놓고 전전긍긍하는 눈치다. B 대기업 관계자는 "현 정부의 대ㆍ중소기업 상생 기조에 부응하고자 다양한 대책을 내놓는 시점에서 자율과 책임에 기반한 것이 아닌 강압에 의한 것으로 비춰지는 점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이 대통령의 "대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은 실적 위주로 하는데, 이는 남의 희생을 유발하는 결과를 낳는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논란이 분분한 상황이다.
C 대기업 관계자는 "기업의 핵심 의무 중 하나는 정당한 사업 추진을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라며 "이를 통해 새로운 사업에 재투자해 투자자의 가치를 제고하고 고용도 확대하는 선순환으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수익 추구를 위한 기업 활동을 단순히 실적만을 쌓으려는 행위로 제한하는 것은 자본주의 논리에 맞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한상공회의소 고위 관계자는 "정부와 대ㆍ중소기업 간 서로 신뢰와 이해를 바탕으로 동반 성장이 이뤄져야 효과가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라면서 "필요와 형편에 맞춰 자율적으로 진행되길 바란다"고 조언했다.
김혜원 기자 kimhy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