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윤미 기자] 싱가포르 '건국의 아버지'이며 초대 총리를 지낸 리콴유(87) 고문장관과 2대 총리를 역임한 고촉통(70) 선임장관이 14일(현지시각) 내각에서 물러나겠다고 발표했다.
지난 7일 치러진 총선에서 야당이 사상 최대 의석인 6석을 확보하면서 여당인 인민행동당의 성적표가 역대 최악으로 나오자 일주일 만에 사임을 결정한 것이다.
리콴유는 이날 설명에서 "총선을 철저하게 검토한 끝에 내각을 떠나기로 결정했다"면서 "젊은 내각 팀이 젊은 지도자와 함께 싱가포르 미래를 형성하도록 했다"고 사임 이유를 밝혔다.
리콴유의 아들이며 현 총리인 리셴룽(59)은 이르면 이번주 초 새로운 내각을 구성할 예정이다.
야당은 리콴유 고문장관의 사임 결정을 환영하면서도 그의 영향력이 계속 지속될 것을 우려, 현재 맡고 있는 다른 국가기관의 직책과 국영기업 이사장직 등도 모두 내놓으라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싱가포르 경영대학 법학과 유진 탄 조교수는 "이들의 사임 결정은 싱가포르 정치계의 역사적인 사건"이라면서도 "여당인 인민행동당과 정부는 변화하기를 거부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호주 머독대학의 개리 로뎅 아시아연구원 역시 "이들의 사임 결정은 내각에 '젊은 피'로 수혈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면서도 "리콴유는 국가 내 권력층과 다양한 인맥을 형성하고 있어 그의 영향력을 계속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리콴유는 싱가포르가 독립한 뒤 초대 총리에 올라 1990년에 물러날 때까지 31년간 총리로 재임했다. 그는 총리직에서 물러나 고촉통에게 물려준 뒤에도 선임장관으로 사실상의 총리 역할을 수행해왔다.
싱가포르 집권 여당인 인민행동당은 1959년 독립 이후 줄곧 일당 지배를 해왔다. 이에 젊은 세대들은 싱가포르가 경제부국이면서도 '정치 후진국'이라는 불만이 이번 총선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지난 7일 싱가포르 총선에서 여당인 인민행동당의 득표율은 60.1%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야당은 역대 선거에서 최다 의석수인 6석을 확보했다.
리콴유와 고촉통 두 전직 총리는 내각에서는 사임하지만, 이날 총선에 나란히 당선해 국회의원직은 계속 유지할 예정이다.
조윤미 기자 bongb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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