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위대한 탄생>에는 프랑스인 아멜 리가 출연했다. 그는 유튜브 등을 통해 한국의 인기 아이돌 가수의 노래를 접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멜 리의 일화는 그저 신기한 우연이 아니다. 최근 프랑스를 비롯, 유럽에서는 한국 아이돌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지난 4월 9일에는 프랑스의 한류 팬 54명이 한국을 방문했다. 한국관광공사 파리지사와 프랑스 현지에서 만들어진 한류 팬클럽 단체 ‘코리안 커넥션’이 공동 기획을 통해 한국 아이돌 그룹을 중심으로 한 한국 대중음악을 직접 접하기 위해서다. 그리고, 한국 아이돌 산업의 최강자인 SM엔터테인먼트는 오는 6월 10일 프랑스 파리에서 < SMTOWN LIVE WORLD TOUR >를 연다. 이 공연이 열리는 ‘Le Zenith de Paris’는 니요, 푸시캣 돌스, 조나스 브라더스 등이 공연을 펼친 곳이다. 프랑스에서 한국 아이돌에 대한 인기가 극소수의 취향만은 아니라는 증거다. 프랑스 국영방송 2TV에서 신년 특집으로 한국 가수들의 인기에 대해 다루기도 했다.
한국 아이돌에 대한 유럽의 관심은 몇 해 전부터 예견된 것이긴 하다. 유튜브를 들어가면 동방신기나 소녀시대의 춤과 노래를 따라하는 유럽인의 동영상을 쉽게 볼 수 있다. 지난해 11월 페이스북에는 프랑스 팬들이 만든 ‘Concert K-POP A Paris’를 통해 한국 가수들의 현지 콘서트를 추진했고, 이 계정에는 9,500명이 넘는 사람들이 가입했다. 한국 가수들이 유럽에서 직접 활동을 하지 않아도 유튜브와 각종 소셜 네트워크가 지속적인 홍보를 대신해준 셈이다.
유럽은 한국 음악의 새로운 시장이 될 수 있을까
단지 인터넷의 발달만이 원인은 아니다. 현재 한국 K-POP은 아시아이면서도 유럽과 미국의 음악적인 특징을 굉장히 크게 반영하고 있다. 소녀시대의 ‘소원을 말해봐’, f(x)의 ‘Nu ABO’ 등은 서구 작곡가들의 곡을 사온 것이기도 하다. 빅뱅의 멤버 지 드래곤과 탑이 발표한 ‘뻑이가요’는 세계적인 뮤지션이자 DJ인 디플로가 참여했다. 한국의 아이돌 음악 자체가 서구 음악들을 실시간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여기에 한국 아이돌 그룹은 마치 만화에서 나온 것 같은 강렬한 패션과 캐릭터, 그리고 유럽 뮤지션들은 좀처럼 보여주지 않는 강렬한 춤을 가졌다. 유럽인의 입장에서는 그들과 비슷한 사운드의 음악에 색다른 재미를 얻을 수 있다. SM의 관계자는 “유럽이라서 인기가 많다기보다 해외에서도 통할 수 있는 곡과 안무를 바탕으로 콘텐츠를 완성하고 있기 때문일 것”이라고 말했다. SM 가수들의 이번 프랑스 공연은 자생적으로 생긴 유럽 시장이 드디어 한국 기획사에서 시장성을 실험해 볼 만큼 커졌음을 보여주는 증거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아직 한국의 아이돌 기획사들이 구체적인 유럽 활동을 계획하지는 않았다. SM과 YG는 모두 유럽 활동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유럽 시장은 현재 국내 음악 시장에서 도전해볼만한 시장임은 분명하다. 특히 최근 한류 시장은 일본의 지진으로 위축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중국과 동남아는 아직 일본 만큼의 수익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또한 몇몇 가수들의 미국 시장 진출은 사실상 실패로 결론난 상황이다. 마치 대기업이 끊임없이 해외 판로를 개척하듯, 국내 기획사들 역시 다시 새로운 시장을 찾을 필요가 있는 셈이다. 국내 음악 시장이 좀처럼 불황을 벗어나고 있지 못한 지금, 유럽 등 아시아 이외의 대륙이 한류의 신천지가 될 수 있을까.
사진제공. SM Ent.
10 아시아 글. 한여울 기자 sixte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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