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중국 정부의 신규 대출 제한으로 수익성 타격을 우려하고 있던 중국 은행권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는 각종 자산관리 상품 덕에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고 19일 인터내셔널 해럴드 트리뷴(IHT)이 보도했다.
중국 초상은행(招商銀行) 베이징 지점은 요즘 인플레이션 압력이 매우 높은 상황에서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한 고객들이 자산관리 상품 가입에 몰리고 있다고 밝혔다.
초상은행에서는 한 달만 자산관리 상품에 돈을 맡겨도 연 4% 안팎의 금리가 붙는 상품이 특히 잘 팔리고 있다. 연 3.25%에 불과한 일반 예금금리를 따져 봤을 때 그냥 은행 계좌에 넣어 두는 것 보다 높은 이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베이징농상은행(北京農商銀行)은 18개월 만기 자산관리 상품에 가입할 경우 연 7.5%의 이자를 준다.
중국에서 자산관리 상품에 고객이 몰리는 것은 소득 수준이 높아진 중국인들이 여분의 돈을 넣어둘 곳을 못 찾고 있는 현실을 반영한다.
중국 정부가 기준금리, 은행 지급준비율 인상을 계속 단행하면서 중국 주식시장은 최근 몇 달 사이 제대로 기를 못 펴고 있다. 부동산 시장도 정부의 시장 억제책 때문에 상승세가 주춤한 상태고 은행 계좌에 돈을 넣어두자니 인플레를 감안한 실질 금리가 마이너스다.
지난해 기준 중국 은행권의 자산관리 상품 판매 규모는 7조위안(약 1조1000억달러)으로 2009년 대비 50% 증가했다. 올해도 자산관리 상품 판매 증가세는 이어질 태세다.
자산관리 상품의 높은 인기가 은행 입장에서는 달갑게 느껴질 수 밖에 없다. 정부의 대출 규제를 피해 회계장부에 기입되지 않는 장부외거래 창구로 활용할 수도 있고, 예금 잔고를 늘려 향후 더 많은 자금을 대출할 수 있는 체력을 튼튼하게 할 수도 있다.
IHT는 중국 은행권이 자산관리 상품 판매에 열을 올리는 것을 두고 금리자유화가 아직 실현되지 않고 있는 것도 하나의 원인이 된다고 분석했다.
중국 정부는 일부 시중은행들에 예금금리의 자유화 조치를 시험 도입하고 있지만 중국 은행권은 여전히 금리 수준 결정에 금융당국의 직접 규제를 받고 있다. 중국 은행권은 독자적으로 정부가 정한 예금금리 보다 높게 이자를 책정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다만 중국 은행권의 자산관리 상품 판매 증가세가 은행과 신탁회사간의 장부외거래를 활성화해 정부의 유동성 억제 정책의 효과를 희석시키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점은 우려되는 부문이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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