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의원 기자] "그럼 내가 뭘 하지, 어디 가서 셔플보드 게임이라도 할까?“ 우리에게 잘 알려진 기업사냥꾼 칼 아이칸의 말이다.
뉴욕타임스(NYT)는 18일 휴가중인 칼 아이칸과의 전화 인터뷰를 통해 올해 75세의 칼 아이칸이 때가 되면 불거져 나오는 은퇴설에 대해 부정했다고 보도했다.
아이칸의 오른팔로 거론되던 케이스 메이스터가 지난해 회사를 떠나고 난뒤 그의 후보로 거론되는 사람은 아들인 브렛 아이칸이다. 브렛 아이칸은 올해 31세로 프린스턴 대학교를 졸업하고 골드만 삭스에 입사했으나 퇴사하고 몇 년간 영화감독 생활하다 2002년 회사에 합류했다.
브렛 아이칸은 현재 아버지가 투자한 여러 회사의 이사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헤지펀드사는 지난해 50%의 수익률을 거두기도 했다.
두 부자는 수천 달러의 판돈이 걸린 체스 게임을 하며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알려졌다.
칸 아이칸은 아들이 좋은 감각을 지녔다고 말했지만 후계자로서 지명하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아들이 수익을 내고 있기 때문에 점점 더 많은 책임을 부여하겠다”면서 “그러나 가족간의 정실인사는 아니다”라고 말했다.
브렛 아이칸도 정실인사에 대해 부정하면서 "아버지를 대신해 후계자를 맡을 생각은 없지만 아버지가 이룩한 회사들이 계속 이어지기 바란다"면서 “내 이름도 그러길 바란다”라는 의미심장한 말을 내뱉었다.
일각에서는 아이칸이 그의 아들을 후계자로 지명하거나 다른 이를 지명한다 하더라도 그를 대신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예일 경영대학원의 스티븐 데이비스 교수는 “1인 경영자가 지휘하는 기업의 경우 개인의 스타일과 성격에 의해 기업의 방향이 명확히 정해진다”면서 “칼 아이칸은 숙련된 팀을 가지고 있고 이들은 칼 아이칸의 리더십에 의해 움직인다”고 분석했다.
아이칸은 지난 40년간 대다수 기업들에게는 악명을 떨쳤지만 그와 그를 따르는 투자자들에게는 많은 돈을 벌어다줬다.
1980년대 트랜스월드항공(TWA)와 세계 최대식품업체 RJR나비스코 인수, 석유회사 필립스(Phillips Petroleum)와 텍사코 주식 차익 거래, 비아콤, 유니로얄, 마샬필드, 타임 워너, 야후, 모토로라, 리온스 게이트 엔터테인먼트 등 그가 개입한 기업은 수도 없다.
2000~2005년 당시 트랜스텍사스 가스와 파나코를 보유하고 있는 네셔널에너지그룹이 파산했을 때 아이칸은 3억 달러(약 3270억원)를 투자했다. 이후 2006년 샌드리지 에너지사에 15억 달러에 되팔았다.
카지노 업계에서도 그는 이름을 날리고 있다. 2000~2006년 라스베가스의 스트라토스피어 카지노를 포함한 4개의 카지노를 3억달러에 사들여 글로벌 금융위기에도 2008년 2월 12억 달러에 팔았다.
칼 아이칸은 그가 찍은 회사 앞에서는 친구도 없다. 아이칸은 올리버스톤의 영화 ‘월스트리트’에서 악명 높은 기업 사냥꾼 고든 게코가 사용하는 말인 “친구를 원하면, 개나 한 마리 사라”는 농담을 자주 하곤 한다.
미국 부동산 재벌인 도널드 트럼프는 “아이칸은 친구 관계보다 거래를 우선하는 사람”이라면서 “나는 충직한 편이어서 친구간 싸움을 그냥 지나칠수 없지만 칼은 거래가 시작되면 우정도 끝이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명성 덕에 그가 어떤 회사에 개입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그 회사 주식은 급등한다. 지난해 12월 아이칸이 천연가스업체 체사피크 에너지의 지분을 늘린다는 소식에 회사의 주가는 7% 이상 급등했다.
11월에는 장난감 제조업체 마텔과 주택용품 생산업체인 매스코의 지분을 늘린다는 소식에 마텔은 52주내 최고가를 경신했고, 마스코는 아이칸의 지분 인수 후 17%가 뛰었다.
아이칸이라고 해서 실패가 없는 것은 아니다. 비디오렌탈 업체인 블록버스터는 그가 지분을 사들인 뒤 파산하면서 1억8500만달러의 손해를 입었다. 그가 사들인 주택건설업체 WCI커뮤니티는 파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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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 아이칸은 자신에게 제기되는 은퇴설에 대해 틀렸다고 말하면서 알렉산더 대왕을 생각해보라고 한다. 그는 “알렉산더는 멈추지 않았다”면서 “그는 국가를 정복하고 사람들을 살게 해준 다음 또 다시 다른 영토로 나아갔다”고 말했다.
32세에 요절한 알렉산더 대왕과는 달리 올해 75세가 된 칸 아이칸은 계속해서 또 다른 기업 사냥을 위해 전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의원 기자 2u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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