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세계 최대 수출 엔진인 중국이 원자재 가격 상승 영향으로 올해 1분기에 수입이 수출을 초과하는 무역수지 적자 기록을 남겼다.
중국 해관총서(국세청에 해당)는 10일 1분기 무역수지가 10억2000만달러(약 1조1052억원)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1분기 무역수지 적자 기록은 지난 2004년 이후 7년만에 처음이다. 수출은 전년 동기대비 26.5% 증가한 3996억4000만달러, 수입은 32.6% 늘어난 4006억6000만달러로 집계됐다. 중국의 분기별 수입액이 4000억달러를 넘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2월 춘절(설) 연휴로 경제활동이 위축되면서 73억달러의 적자를 낸 무역수지는 지난달 1억3900만달러의 흑자로 돌아서는데 성공했지만 1분기 전체 기록을 적자에서 흑자로 돌리기에는 역부족이었다.
1분기 수출과 수입을 합산한 무역총액은 전년 동기대비 29.5% 늘어난 8003억달러를 기록했다.
경제학자들은 중국 기업들이 통상 1분기에 원자재 재고를 많이 쌓아두는 경향이 있는데, 원자재 가격이 상승하면서 일시적으로 수입이 수출을 초과했다고 분석하고 있다. 다만, 1년 전체로 보면 무역수지는 흑자를 기록할 가능성이 크겠지만 흑자폭은 예전 같지 않을 것이라고 입을 모은다. 중국산 제품이 위안화 절상, 임금상승 등으로 해외 시장에서 예전 보다 수출 경쟁력이 약해진데다 원자재 가격 상승세가 지속되고 소득수준 상향으로 수입산 제품 수요가 늘고 있어 수입 증가 속도가 빨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UBS의 왕타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올해 무역수지 흑자 규모는 1500억달러 수준이 될 것"이라며 "지난해 보다 20% 가량 감소해 3년 연속 무역수지 흑자폭이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BNP파리바의 이삭 멍 이코노미스트도 "무역수지 재조정은 나타나고 있으며 이것은 시간문제"라고 전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1일 중국의 1분기 무역수지 적자 기록이 미국, 유럽을 비롯한 중국의 무역상대국들의 위안화 절상 압력을 낮추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위안화 가치는 달러화 페그제(고정환율제도)를 폐지했던 지난해 6월 이후 4.5% 절상됐으며 최근 무역불균형을 우려한 미국의 압박 영향을 받아 절상 속도가 빨라졌다.
로렌스 라우 중국투자공사(CIC) 홍콩 사무소 대표는 "최근 무역수지 통계는 중국이 더 이상 위안화 절상에 속도를 낼 필요가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며 "무역 적자가 나타나기 시작한 중국이 세계 각국과의 무역수지 균형을 찾게 되면 더 이상 위안화 가치를 조정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의 무역수지 통계에서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수입 증가에 초점을 맞추고 중국 정부가 경제 성장 보다는 인플레이션 압력을 낮춰야 하는 중요 과제를 안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국에서 지난 1분기 철강 제조 원료로 쓰인 철광석 수입 가격은 59.5%나 올랐고, 대표 수입 곡물인 대두가 25.7% 올랐다.
박선미 기자 psm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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