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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인생도 경매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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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첫 경매정보지 창간..28년째 제공
강명주 지지옥션ㆍ지지자산운용 대표이사


[인터뷰] '인생도 경매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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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부동산 경매 인구가 이미 50만명을 넘어섰다. 법원 경매로 연간 나오는 매물은 지난해 30만건이 넘었고 낙찰 금액만 15조원이다.

주변에 1000가구 넘는 대단지 아파트가 있다면 지금 적어도 한 두 가구는 법원 경매가 진행중일 게다.


금융위기나 경기침체기에는 경매 물건이 더 늘어난다. 반대로 경매로 내집 장만을 하거나 땅이나 공장을 구하려는 이들에게는 이때가 시세보다 훨씬 싼값에 낙찰 받을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경매는 금융기관이나 법인, 개인이 빌려준 돈을 받지 못한 경우 법원의 결정에 따라 채무자(소유자)의 부동산 등을 강제로 매각해 받지 못한 돈을 회수하기 위해 진행하는 절차다. 세입자가 전월세 보증금을 돌려받기 위해 경매를 신청하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물건 하나하나 저마다 사연이 있다.


경매 정보를 제공하는 지지옥션 강명주 회장(68ㆍ사진)은 사연많은 경매 물건 만큼 독특한 이력을 갖고 있다. 경매정보를 특정인이 독점하던 시절 국내에서 처음 일반인들에게 경매정보를 제공하기 시작한 게 그다. 28년 전이다.


붓으로 직접 그려 홈페이지 첫 화면에 등장시키는 경매삽화는 매주 한 차례씩 연재해 540회를 넘겼다. 기전료와 상금으로 2억원을 넘게 후원하는 '지지옥션배' 프로 바둑대회를 연지도 5년째다. 본인도 아마 4단의 바둑 고수다.


서슬 퍼런 유신시절에는 고대신문에서 10년 간 대학신문 만평을 그렸다. 대학원을 마치고 고려대에서 교직원으로 일하다 남들 안하는 걸로 사업을 해보자고 무작정 법원을 기웃거렸다. 경매정보를 제공하는 일이 지금은 레드오션이 됐지만 당시에는 아무나 생각하기 힘든 블루오션이었다.


-경매가 지금은 대중화됐지만 생소했던 시기 어떻게 경매정보업체를 차리게 됐나.


▲대학 신입생(고려대 축산학과 65학번)때 고대신문에 만평기자로 들어갔다. 마땅한 후임자가 없어 경영대학원 다닐 때도, 교직원으로 취업한 후에도 만평을 계속 그렸다. 학생운동하다 지명수배를 받아 잡혔을 때는 유치장에서 그린 만평을 면회 온 친구를 통해 건네기도 했다.


졸업 후 신문사에 들어가 만평을 그릴까 생각했지만 마음을 접었다. 정보를 생산하고 유통하는 일을 구상하다 정보지(誌)를 만들자는 결심을 했다. 그게 계약경제신문(현 지지옥션)이다. 법전을 펴놓고 공부해가며 일했다. 1983년 일이다.


-잘 됐나.


▲당시에는 법원에 직접가지 않으면 경매정보를 얻을 수 없었다. 서울 사람이 지방이나 제주도 물건에 입찰한다는 건 사실상 불가능했다. 브로커들이 정보를 독점하던 때였다. 브로커와 법원 직원이 결탁하기도 했다. 실제 해당 법원에 가더라도 매각물건명세서(경매물건의 정보를 담은 법원 서류)가 찢겨있거나 일부가 누가돼 볼 수 없는 물건이 많았다.


직원 몇 명과 함께 직접 법원을 다니며 수기로 적어서 정보지를 만들었다. 브로커들의 방해나 협박에도 시달렸다. 법원 직원이 못 적어가게 해서 판사에게 찾아가 항의한 적도 있었다. 경매 물건을 많은 사람들이 보고 높은 가격에 낙찰돼야 채권자나 채무자 모두 이득을 얻을 수 있지 않느냐고 설명했다.


28년 전 정보지 한권을 1000원 받고 팔았다. 곧 큰 돈을 만질 것 같았지만 잘 되니 우리 것을 베끼는 업체가 생겨났다. 구독료를 떼이는 경우도 많았다.


-그런데도 28년이나 했다.


▲28년 동안 적자 한번 안냈다. 법원 경매가 호가제에서 입찰제로 바뀌면서 기회가 왔다. 경매가 재테크 수단으로 떠오르고 인터넷으로 경매정보를 볼 수 있게 되면서 붐이 일고 대중화됐다. 소수의 이해관계인이나 브로커가 독점하던 시장이 완전히 일반에 개방된 셈이다.

[인터뷰] '인생도 경매 아닌가요' 강 회장이 직접 그린 경매삽화.


-일찍부터 경매정보를 다뤘으니 직접 경매해서 큰 돈을 벌었겠다.


▲7~8년 전까지는 직원들도 경매를 못하게 했다. 정보를 다루는 사람들이 직접 경매를 하면 독자와 경쟁하게 된다. 잿밥에 관심이 생기면 사업을 못한다. 지금은 직원들 집 장만은 경매로 마련하도록 돕고 있다. 지금은 정보가 다 공개돼 있어 문제가 없다.


원효로에 있는 사옥 2채는 경매로 샀다. 10년 전에 4억원에 낙찰받은 빌딩은 지금 시세가 40억원쯤 한다. 사무실로 쓰는 또 다른 빌딩은 6~7년 전 16억원에 경매로 사 지금은 50억원 정도 할거다. 브로커 노릇했다면 돈을 더 벌었겠지만 인정은 못받았을 거다.



-경공매펀드를 모집하던데 투자자 모집해서 손해 입히는 사기꾼도 종종 봤다. 믿을 만 한 건가.


▲몇 년전부터 경매 부동산에 대한 간접투자 길을 열자고 생각했다. 관심은 있어도 자신이 없거나 시간 없어서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
임대ㆍ처분 수익을 얻자는 건데 직접투자에 비해 리스크가 적다. 덩치가 큰 경매물건(유치권ㆍ지상권 등)일수록 싸게 매입할 수 있다. 기존에는 제도권 밖에서 운영되는 공동투자로 투자자가 보호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었다. 경공매펀드는 투자자를 보호할 수 있는 법적ㆍ제도적 장치가 마련돼 있다.


자산운용사 설립 인가를 지난해 7월에 받았고 중소형 사모 경공매펀드를 모집할 예정이다. 물론 주식이나 펀드처럼 원금보장은 안된다.


민간경매라는 것도 한다. 매도자와 매수자를 연결하는 민간경매를 시작한 것도 전국단위의 부동산 거래시장을 만들자는 취지 때문이었다. 미술품 경매는 있는데 부동산 민간경매도 못할 이유가 없다.


-바둑대회도 연다.


▲바둑을 두면 아이들이 달라진다. 집중력이 생겨 머리가 좋아지고 전략적으로 생각하게 된다. 예절도 잘 지킨다. 여성 프로기사와 조훈현씨 같이 마흔다섯살 넘은 시니어기사의 대항전으로 치룬다.


올해는 오픈게임으로 5월에 아마추어대회를 열고 7월에 프로대회를 연다. 기업들이 바둑을 후원해야 한다. 작은 기업에서 후원하기에는 많은 액수지만 여성이 바둑을 두면 어머니가 두고 그러면 어린이 바둑이 발전한다. 내 손자에게도 바둑을 가르치고 있다.


-경매삽화라는 게 독특하다.


▲10년째 주말에 집에서 경매삽화를 그린다. 그림 속에는 경매지식이나 부동산 시장 얘기를 담는다. 교육적 가치도 있다. 인터넷시대지만 아날로그적이 것이 가미돼야 조화를 이룬다. 한지 위에 붓으로 그린다. 우리 삶에도 여백이 필요하다. 지금까지 그린 것만 540편 정도다. 그림을 전공하지는 않았다.


그가 30여년 간 발행한 경매정보지는 조만간 1만2000호를 돌파한다. 정보지 발행에서 매달 5000만원 정도 적자가 나지만 발행을 중단할 생각은 없다고 한다. 주수입원인 인터넷 유료정보 홍보 등 간접효과를 생각하면 그래도 남는 장사라는 게 그의 얘기다.


빚보증을 잘못 서 살던 집에서 쫓겨나고 가족들이 뿔뿔이 흩어지는 얘기는 지금도 드라마에 종종 나오는 단골 소재다. '선량한' 채무자와 '독한' 채권자가 대립하지만 현실이 꼭 그런 건 아니다. 세무서나 시청, 금융기관이 받을 돈을 못받고 떼이면 결국 그건 불특정 다수에게 부담으로 돌아간다.


주식은 투자로 인식하지만 부동산은 간접투자만 해도 투기로 보는 게 현실이다. 우리만이 가진 부동산에 대한 애증(愛憎)때문이 아닌가 싶다.

[인터뷰] '인생도 경매 아닌가요'




김민진 기자 asiakmj@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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