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14일 오후 서울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고 정주영 명예회장 10주기 추모 음악식 도중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휘봉을 허공에 휘두르는 퍼포먼스가 연출됐다.
이날 음악회 지휘를 담당한 정명훈 서울시립교향단 예술감독으로부터 프랑스에서 사용하던 지휘봉을 선물 받은 기쁨을 표현한 것인데, 일부에서는 "이제 현대는 내 것이다"를 선포하는 듯한 모습으로 비쳐졌다.
객석에서 그를 바라보는 3000여명의 초청객, 현대차 출신 원로들이 대다수를 이룬 이 자리에 현정은 현대그룹 회장과 딸 정지이 현대유앤아이 전무도 있었다. 이러한 시숙의 모습을 바라본 현 회장은 어떤 심정이었까.
지난 10일 현 회장은 고 정 명예회장 추모 사진전에서 정 회장의 초청을 받아 참석했다. 화해의 악수를 나누는 자리였지만 현 회장은 현대건설이 소유하고 있는 현대상선 지분 7.75%를 넘기지 않겠다는 정 회장의 발언을 접했다.
이후 현 회장이 음악회에 어떤 모습을 보일지가 관심이었다. 현 회장은 밝은 표정으로 나타냈다. 현 회장은 범 현대가의 화해무드에 대한 질문에 "구체적 제안이 오면 그 이후에 생각해 보겠다", 현대상선 지분 양도를 의미하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강한 어조로 "그거다. 그것만 되면 다 된다"고 답했다. 진정한 화해를 이뤄낼 공을 웃는 얼굴로 정 회장에게 돌린 것이다.
10주기에 맞춰 그룹의 모태인 현대건설을 품에 안고, 계동 사옥에 다시 집무실을 열 것으로 알려진 정 회장은 현대가의 적통으로서 공식 인정을 받았다. 현 회장을 추모행사에 초청한 것도 적통다운 아량을 펼쳤다는 평가를 받았다. 하지만 진정한 화해에는 아직 마침표를 찍을 수 없는 상황이다. 화해가 이뤄지려면 앙금이 사라져야 한다. 양사간 앙금은 현대상선 지분 이라 할 수 있다. 비즈니스는 냉혹하다. 그렇지만 물이 불보다 더 강한 것 처럼 피는 냉혹함을 뛰어넘을 따뜻함을 갖고 있다.
화해 아닌 화해가 언제까지 이어질지는 정 회장의 결단에 달려 있다. 맏아들이자 현대가 적통으로서 대승적인 큰 면모를 정 회장이 보여주길 기대한다.
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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