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기 합의제 기구 제역할 못해, 감시자 자처하겠다"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1기 방통위 상임위원을 지내면서 가장 안타까웠던 것이 정치적 중립성을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2기 방통위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중립성이다."
방송통신위원회 2기 상임위원으로 내정된 양문석 상임위원은 10일 기자들과 만나 이와 같이 말했다.
방통위는 방송과 통신관련 규제 및 각종 민감한 현안을 다루는 부서다. 정치적인 중립성이 가장 중요하다. 이런 이유로 방통위는 독임제 성격이 아닌 위원회 형태를 갖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 방통위는 종합편성채널 선정 등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마다 토론보다는 다수결의 원칙에 따라 정책을 결정하며 중립성 논란이 이어졌다.
양 위원은 "2기 방통위는 단순한 다수결의 논리가 아니라 합리적인 토론을 통해 가장 이상적인 결과를 이끌어 내야 할 것"이라며 "2기 방통위 상임위원으로서 합의제 기구로 제자리를 잡도록 건전한 토론과 정치적 중립성을 지켜내는데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함께 상임위원으로 내정된 김충식 경원대 교수에 대해서는 "내정 직후 한번 뵌적이 있는데 호흡을 잘 맞출 수 있을 것 같다"면서 "건전한 토론을 위해서는 여과없는 비판을 하는 사람과 차분하게 논리적 전개를 펼쳐내는 사람이 필요한데 가장 적합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양 위원은 방통위의 또 다른 문제로 일부 사무국 공무원들의 행태를 꼬집었다. 최 위원장이 제안하는 정책에 대해선 즉각 실행에 나서는 반면 상임위원들의 정책 제안에는 사무국이 차일피일 미루며 소극적으로 대응한다는 지적이다.
양 위원은 "차관급인 상임위원들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책을 제안하고 사무국이 이를 도와서 토론의 장인 위원회 회의에 회부 할 수 있어야 하는데 지난 1기 방통위는 그렇지 못했다"면서 "감시자 역할을 자처해 향후 이런 불합리한 행태에 대해 기록해 역사에 남길 생각"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 위원은 종편 사업이 본격화되는 올해 특혜 저지에 주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양 위원은 "2기 방통위는 총선과 대선 때문에 자칫 정치적인 도구로 전락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혹여 종편 사업자에 대한 잘못된 특혜가 주어지지 않도록 임기에 연연하지 않고 특혜 저지에 주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1기 방통위가 방송 위주 정책에 치중했다는 평가에 양 위원은 2기에서는 통신 분야에 더욱 힘쓰겠다고 밝혔다.
양 위원은 "합리적인 통신 진흥 정책은 1기때와 마찬가지로 충분하게 논의해 결정하고 개인정보보호, 소비자 피해 등의 문제는 강도 높은 처벌과 최대 과징금 등을 통해 다시는 소비자들을 우롱하지 않도록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편, 2기 방통위는 최 위원장과의 연임과 함께 민주당 추천으로 양문석 상임위원, 김충식 경원대 교수가 내정됐다. 한나라당 추천으로는 홍성규 중앙대 신문방송학부 석좌교수가 내정됐다. 아직 청와대 추천 상임위원은 결정되지 않았다.
정부는 이미 내정된 세 사람의 상임위원이 모두 방송 전문가라는 점을 고려해 청와대 추천 상임위원으로 통신 전문가를 내정할 계획이다.
명진규 기자 a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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