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한국은행에 중국경제를 전담하는 별도 조직이 신설됐다. 중국이 세계 2위 경제대국으로 부상하면서 국내 금융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한은은 지난달 말 조직개편에서 기존 조사국내 해외조사실을 국제경제실로 확대 개편하는 한편, 중국경제를 전담하는 신흥시장1팀을 신설했다.
한은은 지금까지 글로벌 경제를 총괄하는 종합분석팀과 미국ㆍ유럽을 맡는 구미경제팀, 일본ㆍ중국 및 아시아를 담당하는 아주경제팀 등 3개 팀을 두고 있었으나 이번에 구미경제팀을 미국, 유럽, 일본 등을 맡는 선진경제팀으로, 아주경제팀을 중국을 전담하는 신흥경제 1팀과 그 외 브릭스(BRICs) 국가를 담당하는 신흥경제 2팀으로 나눴다.
글로벌 금융시장에 관심이 많은 김중수 한은 총재의 의중이 반영된 것으로, 최근 몇년새 선진국 경제에 비해 신흥국 경제의 비중이 날로 확대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실물경제를 책임지고 있는 지식경제부는 이미 지난해 11월 대중국 실물경제 총괄조직인 '중국협력기획과'를 발족했다.
한은 신흥경제1팀은 팀장 1명과 과장 1명, 조사역 2명, 그리고 외부 채용 중국관련 애널리스트 등 5명으로 구성됐으며 앞으로 중국 경제 및 통화정책에 대한 실시간 모니터링과 심도있는 분석을 하게 된다. 또 중국의 통화정책 등 각종 정책을 중심으로 한 장기 연구과제를 수행하고 주기적으로 보고서를 작성한다. 이를 위해 중국 인민은행과도 정례 모임을 갖는 등 정보를 공유해나갈 계획이다.
특히 한은 내 북경사무소, 금융경제연구원내 동북아경제연구실 등과 협조체제를 구축, 중국 경제가 국내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에 신속 대응키로 했다. 향후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의 기준금리 결정 등에 중국 변수가 적잖은 영향을 주게 될 것이란 설명이다.
이동현 신흥경제1팀장은 "선진국에 비해 신흥시장에 대해 연구하는 기관이 적고, 자료 역시 정제되거나 제대로 분석된 것이 드물다"며 "현지에 설치된 한은 북경사무소에서 정보를 받아 장기적이고 깊이있게 분석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중국경제 전담 팀을 신설한 건 금융위기 이후 국제경제에 대한 중국 영향력이 크게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2개(G2)' 국가로 부상한 현실을 한은이 뒤늦게 인정한 셈이다. 미국 서브프라임 사태로 촉발된 금융ㆍ경제 위기에서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이 회복에 골몰하는 동안 중국은 대규모 경제부양책을 통해 높은 성장세를 이어갔다. 그 결과 최근에는 국내총생산(GDP)이 일본을 제치고 명실상부한 'G2' 국가로 올라섰다.
금융위기 이후 세계경제의 회복세를 이끌어간 신흥국들의 중심에는 바로 중국이 있었다. 특히 아시아 지역 주변국에 미치는 중국의 경제적 영향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지난 금융위기 직후 중국은 동남아시아국가연합(아세안)에 150억달러의 대출을 제공해 아세아 회원국들의 위기탈출을 도왔다. 한국은 물론 인도네시아, 홍콩, 말레이시아 등과 통화스와프도 체결했다. 3조 달러에 육박하는 거대한 외환 보유고가 그 힘의 원천이다.
중국의 변화가 우리 금융ㆍ경제시장에 미치는 영향도 이미 상당히 커져 있다. 우리 경제성장의 견인차가 되는 수출 부문에서 중국은 이미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대중국 수출액은 1168억달러로 전체 수출액(4664억달러)의 25.1%를 차지했다. 수출 증가율도 34.8%를 기록, 전체 수출 증가율(28.3%)을 웃돌았다.
전체 무역액에서 중국과의 무역액이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 수출의존도 역시 지난 2009년말 현재 20%를 넘어섰다. 대중 수출의존도는 1999년말까지만 해도 2%에 머물렀으나, 2001년 10%를 넘어선 후 지속적으로 증가해 미국에 대한 수출의존도를 넘어섰다. 반면 미국 수출의존도는 지난 2009년말 현재 10%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우리 경제성장은 중국경제의 성장과 직결돼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에 따르면 중국의 실질성장률이 1% 포인트 줄면 우리나라의 대중국 수출은 2%포인트 줄고, 실질 성장률 역시 0.38%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의 빠른 성장이 우리에게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만은 아니다. 특히 최근에는 중국발 인플레이션을 뜻하는 '차이나플레이션'이 새로운 문제로 부각되면서 우리 물가불안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국의 물가상승은 우리에게는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소비자물가에 몇 개월의 시차를 두고 영향을 미치게 된다. 삼성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중국 물가가 1%포인트 오르면 한 달 뒤 국내 소비자 물가는 0.04%포인트 오르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 역시 지난해 12월 외신기자클럽에서 가진 간담회를 통해 "내년(2011년)에는 차이나플레이션에 주의해야 한다"며 우리 경제와 중국 경제간의 연관성을 강조한 바 있다.
이같은 영향력에도 불구하고 그동안 한은의 국제경제 조사는 미주 및 유럽지역에만 치중해 있어, 한은 내에서는 '중국경제 전담 팀을 너무 늦게 만들었다'는 반성이 나올 정도다.
한은의 한 관계자는 "솔직히 너무 늦은 측면이 있다"며 "중국 경제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생각하면 더 빨리 만들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은 기자 leez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