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푼수 아줌마로 연기 변신에 성공한 문정희가 '사랑을 믿어요'의 감초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사랑을 믿어요'는 근친과 불륜 등 가족드라마답지 않은 자극적 소재를 다루고 있다. 유학 생활을 마치고 가족에게 돌아왔지만 허전함을 느끼는 유부녀 혜진(박주미 분)은 아내와 별거 중인 승우(이상우 분)와 애틋한 관계를 만들어가고 있다.
김교감네 집에 입양된 윤희(황우슬혜 분)와 작은집 오빠인 우진(이필모 분) 간의 로맨스도 문제다. 물론 둘 사이는 피 한 방울 섞이지 않았지만 엄연한 사촌지간이다. 불륜만큼이나 논란이 될법한 설정이다.
그런 가운데에서도 '사랑을 믿어요'는 가족드라마다운 면모를 잃지 않고 있다. 바로 막장 코드를 가리는 '깨알 같은' 코믹함과 유쾌함 덕분이다.
그 중에서도 문정희의 맹활약이 눈에 띈다. '연애시대'(2006), '달콤한 나의 도시'(2008) 등을 통해 소위 '차도녀(차가운 도시 여자)' 역할만 맡아오던 문정희는 푼수 아줌마 영희 역을 맡았다.
영희는 드라마 작가의 재능을 갖고 있지만 사회활동을 허락하지 않는 권위적인 남편(권해효 분) 때문에 속앓이하는 인물. 영희란 캐릭터를 통해 문정희는 허를 찌르는 코믹 연기로 안방극장에 웃음을 선사하고 있다.
27일 방송에서 영희는 선배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드라마 극본 공모에 접수했다. 장바구니를 든 채 바리케이드를 넘는 영희의 모습은 코믹스러움을 더했다. 초라한 행색으로 방송국을 찾은 영희는 경비에게까지 무시를 당하며 묘한 허탈감에 빠졌다.
집으로 돌아간 영희를 맞이한 것은 저녁을 달라는 가족들의 아우성뿐. 영희는 남편 기창(권해효 분)과 세 아들을 몰아세우며 "밥밖에 모르는 이 동물의 왕국들아"며 소리쳐 폭소를 자아냈다.
기창은 "작가는 아무나 되냐"며 "작가는 도스도예프스키, 톨스토이 같은 사람들이 작가인거다"며 영희를 무시했다. 그런 그에게 영희는 "그 사람들은 남자라서 작가된거다. 밥 안 하고 청소 안 해도 되는데 어떻게 작가가 안되냐"고 소리쳤다. 시청자에게 웃음과 동시에 공감을 던지는 대사였다.
기존의 이미지를 완전히 벗어난 문정희의 코믹 연기는 '사랑을 믿어요'에 꼭 필요한 존재다. 순간순간 무거워질 수 있는 분위기는 영희의 '푼수끼'와 억척스러움으로 풀어졌다. 앞으로 영희가 보여줄 남편에 대한 통쾌한 '복수극' 역시 '사랑을 믿어요'를 보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전성호 기자 spree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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