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문화단상]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뭉크의 '절규'

시계아이콘02분 11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문화단상]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뭉크의 '절규'
AD


[스포츠투데이] 뭉크의 '절규'는 자신의 내면적인 고통을 잘 드러낸 작품으로 유명하다. '절규'의 배경은 다리 위의 거리지만, 사실은 뭉크 자신의 내면의 세계이며 자아의 모습이다.

뭉크에게 있어 그 장소(절규의 배경으로 추정되는 노르웨이 피오르드 해안)는 색다른 의미를 지닌다. 그 장소 인근에는 정신병원이 있다. 사람들의 말에 따르면 병원에서 종종 미친 여자의 비명소리가 들렸다고 한다. 근처에는 방목장과 도살장도 있다. 뿐만 아니라 뭉크의 절친한 친구였던 칼레 로헨이 문제의 장소 근처에서 자살을 시도한 적도 있었다.


충격, 불안, 경악, 절망감으로 엄습한 '절규'에 대해 사람들이 호평하는 이유는 뭘까?뭉크의 '절규'는 누구에 대한 절규였을까?

인간 내면의 공포와 절망감을 적나라게 드러내고 있는 이 작품은 뭉크 자신이며 이 작품을 바라보는 '나' 자신이기도 하다. 언제 어느 순간 사람들은 한번쯤 절망감을 느낄 때가 있다. 작품속 인물처럼 소리 지르고 싶을때도 있을 것이다.


어둡고 불안정하며 우울한 인간사마저 포괄할 수 있는게 바로 예술이다. 그런 측면에서 희망이나 기쁨 보다 절망과 두려움을 표현한 뭉크는 정말 유니크한 존재다. 어쩌면 이런게 뭉크의 작품이 지닌 진정한 가치일지도 모른다. 기쁨보다는 슬픔, 환희 보다는 고통, 희망 보다는 절망, 불안함을 파고드는게 바로 뭉크의 예술세계이다


뭉크의 작품들은 '남과여'(1898)나 '키스'(1897) 같이 남녀의 욕망이 두드러진 작품들조차 온통 검게 채색되어 있다. 나체로 남녀를 그린 '남과여'에선 에로틱한 느낌은 전혀 찾아볼 수 없고 암울한 현실에 낙담하듯 우울한 분위기다. '키스'에서도 남녀간의 통상적인 애정은 느껴지지 않고, 키스를 하고 있음에도 알 수 없는 괴로움이 가득하다.


남자와 여자가 함께 밤을 지새우거나 키스를 하고 있어도 사랑의 기쁨 보다는 아픔, 즐거움 보다는 고통, 만남 보다는 이별의 그림자를 짙게 드리우는게 뭉크의 작품들이다. 그래서인지 뭉크의 그림들은 보는이들에게 편안함 보다는 불편함을 준다. 이런 불편함 때문인지 그의 작품들은 전시회에 출품될 때마다 언론과 관람객들의 혹평을 견디지 못하고 철거되곤 했었다.


뭉크의 그림들이 어둡고 음침한 것은 어린 시절 그의 불행했던 가족사 때문이기도 하다. 뭉크가 다섯살 되던 해에 어머니가 결핵으로 사망했고, 열네살 되던 해에는 같은 질병으로 여동생 소피마저 사망했다. 뿐만 아니라 뭉크 자신도 갖가지 질병으로 어린 시절부터 병약했으며, 몇년 후엔 다른 동생 안드레아스까지 사망했고, 또 다른 여동생 로라는 후에 우울증 진단을 받고 정신병원에서 사망했다.


한마디로 집안 전체가 죽음으로부터 벗어나기 힘든 그런 무섭고 고통스런 환경 속에서 뭉크는 유년기를 보냈던 것이다. 어린 시절부터 우울증과 강박관념에 시달렸다는 것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던 그의 불행한 가족사를 떠올리면 쉽게 이해가 되는 부분이다.


뭉크에게 있어서 삶은 죽음과 경계선상에 놓인 매우 불안정한 것이었다. 뭉크의 집안에 드리워진 그 악령과도 같았던 죽음으로부터 뭉크는 전혀 자유롭지 못했다. 어쩌면 그런 불안과 공포를 해소할 수 있는 유일한 안식처가 바로 그림이었는지도 모른다. 당시 미술계와 관객들은 뭉크가 지닌 원초적인 트라우마를 이해하지 못했던 것 같다.


"나는 매일 죽음과 함께 살았다. 나는 인간에게 가장 치명적인 두 가지 적을 안고 태어났는데, 그것은 폐병과 정신병이었다. 질병, 광기, 그리고 죽음은 내가 태어난 요람을 둘러싸고 있던 검은 천사들이었다."


어머니와 여동생들의 거듭된 죽음과 마주한데다, 뭉크는 훗날 자신의 첫사랑이었던 유부녀와도 불행한 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그에게 있어서 여성은 고난이었고, 사랑마저 고통과 죽음이었다. 이것이 남녀를 다룬 그림에서조차 검고 어둡게 표현될 수 밖에 없었던 이유다.


'절규'에는 뭉크가 세상을 알게 되면서 받았던 충격과 공포가 고스란히 집약되어 있다. 뭉크는 자신의 작품 세계에서 '절규'가 차지하는 비중을 깨닫고, 석판을 비롯한 여러가지 버전으로 동일한 작품들을 만들어냈다. 오늘날까지 뭉크의 '절규' 만큼 '두려움'과 '공포'를 단순화시키고 또 극대화시켜 이렇게 노골적으로 묘사한 작품도 없다. 그것은 진정한 공포가 무엇인지 아는 사람만이 그려낼 수 있는 극단적인 형태의 표현이다.


그래서인지 '절규'는 오늘날까지 여러 형태로 끊임없이 재생산되고 또 끊임없이 패러디 되고 있다. 영화 '나홀로 집에'(1991) 포스터에서 맥컬리 컬킨은 '절규'의 표정을 흉내내고 있으며, 웨스 크레이븐 감독의 '스크림'(1995)에 사용된 할로윈 가면 또한 '절규'의 이미지를 차용한 것이다. 이 밖에도 뭉크의 작품을 모티브로 하여 만들어진 포스터, 만화, 캐리커처는 셀 수 없이 많다. 뭉크의 상처받은 삶에서 비롯된 이미지들은 현대인의 불안한 심리와 연결되면서 20세기 이후 하나의 장르를 형성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스포츠투데이 강승훈 기자 tarophine@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5.12.0209:29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자식 먹이고자 시도한 부업이 사기…보호망은 전혀 없었다

    "병원 다니는 아빠 때문에 아이들이 맛있는 걸 못 먹어서…." 지난달 14일 한 사기 피해자 커뮤니티에 올라 온 글이다. 글 게시자는 4000만원 넘는 돈을 부업 사기로 잃었다고 하소연했다. 숨어 있던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나타나 함께 울분을 토했다. "집을 부동산에 내놨어요." "삶의 여유를 위해 시도한 건데." 지난달부터 만난 부업 사기 피해자들도 비슷한 상황에 놓여있었다. 아이 학원비에 보태고자, 부족한 월급을 메우고자

  • 25.12.0206:30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부끄러워서 가족들한테 말도 못 해"…전문가들이 말하는 부업사기 대처법 ⑤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를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 보려고 한다. 전문가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확산하는 부업 사기를 두고 플랫폼들이 사회적 책임을 갖고 게시물에 사기 위험을 경고하는 문구를 추가

  • 25.12.0112:44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부업도 보이스피싱 아냐? "대가성 있으면 포함 안돼"

    법 허점 악용한 범죄 점점 늘어"팀 미션 사기 등 부업 사기는 투자·일반 사기에 해당한다는 이유로 구제 대상에서 제외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업 사기도 명확히 전기통신금융사기(보이스피싱)의 한 유형이고 피해자는 구제 대상에 포함되도록 제도가 개선돼야 합니다."(올해 11월6일 오OO씨의 국민동의 청원 내용) 보이스피싱 방지 및 피해 복구를 위해 마련된 법이 정작 부업 사기 등 온라인 사기에는 속수무책인 상황이 반복되

  • 25.12.0112:44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의지할 곳 없는 부업 피해자들…결국 회복 포기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나날이 진화하는 범죄, 미진한 경찰 수사에 피해자들 선택권 사라져 조모씨(33·여)는 지난 5월6일 여행사 부업 사기로 2100만원을 잃었다. 사기를 신

  • 25.12.0111:55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SNS 속 '100% 수익 보장'은 '100% 잃는 도박'

    편집자주부업인구 65만명 시대, 생계에 보태려고 부업을 시작한 사람들이 부업으로 둔갑한 사기에 빠져 희망을 잃고 있다. 부업 사기는 국가와 플랫폼의 감시망을 교묘히 피해 많은 피해자들을 양산 중이다. 아시아경제는 부업 사기의 확산과 피해자의 고통을 따라가보려고 한다. 기자가 직접 문의해보니"안녕하세요, 부업에 관심 있나요?" 지난달 28일 본지 기자의 카카오톡으로 한 연락이 왔다.기자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인스

  • 25.12.0513:09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김용태 "이대로라면 지방선거 못 치러, 서울·부산도 어려워"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 출연 : 김용태 국민의힘 의원(12월 4일) "계엄 1년, 거대 두 정당 적대적 공생하고 있어""장동혁 변화 임계점은 1월 중순. 출마자들 가만있지 않을 것""당원 게시판 논란 조사, 장동혁 대표가 철회해야""100% 국민경선으로 지방선거 후보 뽑자" 소종섭 : 김 의원님, 바쁘신데 나와주셔서 고맙습니다. 김용태 :

  • 25.12.0415:35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강전애x김준일 "장동혁, 이대로면 대표 수명 얼마 안 남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2월 3일) 소종섭 : 국민의힘에서 계엄 1년 맞이해서 메시지들이 나왔는데 국민이 보기에는 좀 헷갈릴 것 같아요. 장동혁 대표는 계엄은 의회 폭거에 맞서기 위한 것이었다고 계엄을 옹호하는 듯한 메시지를 냈습니다. 반면 송원석 원내대표는 진심으로

  • 25.11.2709:34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윤희석 "'당원게시판' 징계하면 핵버튼 누른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1월 24일)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에 출연한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은 "장동혁 대표의 메시지는 호소력에 한계가 분명해 변화가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또한 "이대로라면 연말 연초에 내부에서 장 대표에 대한 문제제기가 불거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동훈 전

  • 25.11.1809:52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홍장원 "거의 마무리 국면…안타깝기도"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지난 7월 내란특검팀에 의해 재구속된 윤석열 전 대통령은 한동안 법정에 출석하지 않았다. 특검의 구인 시도에도 강하게 버티며 16차례 정도 출석 요청에 응하지 않았다. 윤 전 대통령의 태도가 변한 것은 곽종근 전 육군 특수전사령관이 증인으로 나온 지난달 30일 이후이다. 윤 전 대통령은 법정에 나와 직접

  • 25.11.0614:16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김준일 "윤, 여론·재판에서 모두 망했다" VS 강전애 "윤, 피고인으로서 계산된 발언"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미리 PD■ 출연 : 강전애 전 국민의힘 대변인, 김준일 시사평론가(11월 5일) 소종섭 : 이 얘기부터 좀 해볼까요? 윤석열 전 대통령 얘기, 최근 계속해서 보도가 좀 되고 있습니다. 지난해 국군의 날 행사 마치고 나서 장군들과 관저에서 폭탄주를 돌렸다, 그 과정에서 또 여러 가지 얘기를 했다는 증언이 나왔습니다. 강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