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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상]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빈센트 고흐의 '일곱작품 신발'이 주는 삶의 색깔에 대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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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단상]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빈센트 고흐의 '일곱작품 신발'이 주는 삶의 색깔에 대해… 빈센트 고흐의 신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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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투데이]그림 하나에 작가의 삶의 이야기가 이렇게 많이 담겨있는 작품도 드문 듯 싶다.

물론 모든 작가들의 작품은 소리없는 언어로 자신을 나타내는 표현이며, 그림을 그릴 당시 자신의 상황과 심정을 분출하는 수단이기도하다.


그래서 그림에 표현되어 있는 것을 보고 그 작가의 감정을 읽어내기도 한다. 이렇듯 화가의 작품은 그 사람의 감정은 물론 그 당시의 상황과 심지어 경제 상태까지도 알 수 있는, 곧 작가 자신이기도 한 것이다.

나 자신도 그림을 그리는 사람이지만 어떠한 계기가 마련되었을 때 그림을 그리고자 하는 욕구가 더 강하게 꿈틀댈 때가 많다.


그런면에서 고흐의 신발, 이 작품은 단연 으뜸이라 할 수 있다. 고흐 자신의 삶의 애환과 삶의 무게로 인한 고통 그리고 그림에 대한 열정과 사랑이 그대로 묻어있는 작품이다.


화가의 삶과 역사적인 배경을 알고 작품을 대하는 것은 감상의 기본적인 예의인데, 그것을 내게 새삼 일깨워 준 것이 바로 고흐의 신발이란 작품들이다.


이제 부터 그의 삶을 들여다보기로 하자.


[문화단상]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빈센트 고흐의 '일곱작품 신발'이 주는 삶의 색깔에 대해…


이 작품은 흡사 자신의 영혼을 그림에 담아낸 듯하다. 굴곡 많았던 삶을 살았고, 동 시대에 인정 받지 못한 화가로서 자신의 모습을 낡은 구두 한 켤레에 고스란히 표현하고 있는 듯싶다.


하이데거의 표현처럼 낡은 신발 안쪽으로 드러난 어두운 틈새로 주인의 고생스러웠던 발걸음이 보이고, 외로움이 보이고, 거기에 인생의 모습이 담겨있다.


주인은 누구였을까? 어떤 일을 했을까? 어디에 놓여 있던 신발일까?
그저 그림을 보는 것만으로도 고독감과 상실감, 그리고 많은 것을 상상하게 하는 그 신비로움에 눈을 떼지 못할 정도다.


낡은 구두 두짝만 그려놓음으로써 우리로 하여금 많은 것을 떠올리게 한다.
부재와 죽음, 고독, 한 노동자의 망령을 머리속에 떠올리게 하며 많은 생각에 잠기게 한다. 고흐는 벼룩시장에서 어느 행상인이 신었던 이 구두를 샀다고 한다.


그 것을 말끔하게 빨아 몇 번 습작을 하기도 하고, 비오는 날 이 군화를 신고 성벽을 따라 산책을 다녀오기도 했다. 그리고는 흙 묻은 채 그대로 그림을 완성하기도 했다.


흥미로운 것은 '아버지의 성경'이란 그의 작품이 의외로 잘 알려져 있지 않은 것과 대조적으로 이 낡아빠진 구두 그림은 정말 신비스러울 정도로 대중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다.


철학자들도 이 그림을 즐겨 강의 주제로 삼았을 정도다.
독일의 하이데커는 이 구두에서 주인의 고생스런 걸음걸이를 상상했고, 해가 떨어질 무렵 이 구두가 외롭게 걸었을 밭 길을 떠올렸으며, 이 신발에는 소리 없는 대지의 아우성이 진동하고 있다고 쓰기도 했다.


구두를 둘러싼 공방전을 치르면서 수많은 사람들에게 경외심과 신비감을 불러일으킨 이 낡은 구두..


고흐는 과연 이 주인없는 구두를 통하여 '부재'를 그린 것일까?
어쩌면 이 구두의 주인은 죽고 없어졌지만, 현존하는 실재로써 이제 구두만 남아있다. 고흐는 그 부재의 현존을 보여줌으로 우리를 고독한 명상으로 이끌어 준건 아닐까?


[문화단상]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빈센트 고흐의 '일곱작품 신발'이 주는 삶의 색깔에 대해…


사회에서 가장 비천한 이들을 존중해야 한다는 의미에서 발의 이미지를 이용하여 사회에서 소외된 이들의 천대 받는 삶을 보여주는듯 하다.
나에게도 이 신발을 신어보도록 강요하는 듯한 느낌마저 든다.
나의 하루를 마무리 하면서 벗어놓은 뾰족한 구두를 보면서 이질감이 느껴져야 하는데 묘한 동질감마저 느껴진다.


난 특별한 외부 강의가 있는 날에는 가장 아끼는 예쁜 구두를 신는다.
어쩌면 내 삶보다 조금 더 화려해 보일수도 있는...


그런 날 나는 신발을 벗는 순간, 포장되어진 내 모습을 벗고 고단한 내 삶을 내려놓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사회로부터 격리되거나 천대 받는 삶은 아니지만, 아니 혹자는 이 글을 읽으면서 그와 반대의 부류라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 역시 오늘 내 나름의 고단하고 힘든 삶의 신발을 벗으면서 내려 놓았기 때문이 아닐까?


나는 자주 누군가의 작품을 보면서 동일시하거나 어떤 때는 섬뜩한 전율 까지도 느낄 때가 있다. 얼마전에도 다른 화가의 작품을 보고 묘한 설레임과 흥분을 느꼈던 적이 있었다. 어떤 찡한 느낌과 함께.


물론 그 작가가 나타내고자 하는 어떤 감정의 표현과 내가 생각하는 느낌은 다를 수 있겠지만, 그 어떤 것을 표현하고 또 그렇게 표현된 것을 보면서 느끼는 것 사이에는 어떤 공감대가 있었으리라 생각한다.


[문화단상]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빈센트 고흐의 '일곱작품 신발'이 주는 삶의 색깔에 대해…


고흐가 일생 동안 그린 7점의 신발 정물화 중 생레미 시기에 그린 것으로 추정되는 작품. 신발은 그 자체로 그림의 소재가 되는 경우는 드물기 때문에, 고흐가 그린 낡은 신발들은 시골 노동자들의 힘든 삶에 대한 연민을 상징 하는 것으로 흔히 해석 되고 있다.


파리에서 그린 낡은 구두가 갈색 과 검정의 어두운 색조였던데 반해 고흐는 이 작품에 많은 양의 황토색과 녹색, 붉은색을 더해 오래되고 낡은 신발에 활기를 불어 넣고 있다.


툭툭 끊어지는 고흐 특유의 붓질은 배경에선 세로로, 신발에선 가로로 교차되어 표현되면서 그림에 질서와 함께 생동감을 부여했다. 전에 고흐가 그렸던 작품과 느낌이 많이 달라서 논란의 소재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훗날 고흐가 답사 할 때 신었던 신발을 그린 것 이라는 동료 화가 에밀 베르나르의 증언으로 인해 작품 속의 신발은 고흐의 것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문화단상]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빈센트 고흐의 '일곱작품 신발'이 주는 삶의 색깔에 대해…


고흐는 화가로서의 작업에 도움을 받기 위해 헤이그에 있는 사촌 모베를 방문한 적이 있다. 그 때 모베는 그를 나막신이 있는 정물 앞으로 데려갔다고 한다. 그 나막신은 고흐가 그린 최초의 구두라 할 수 있다.


그 후 그는 구두를 소재로 한 그림을 10점이나 그렸는데, 그것은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것으로 연작의 형태를 띄고 있다.


아를에서 고흐는 '농부들의 낡은 구두를 다룬 정물화'를 그렸다.
그 시리즈는 1888년 말 '나막신 La Paire de sabots'(1888,암스테르담, 반 고흐 미술관)를 마지막으로 끝을 맺었다.


[문화단상]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빈센트 고흐의 '일곱작품 신발'이 주는 삶의 색깔에 대해…


낡은 한 켤레 구두가 가지는 안식, 툰테르트, 브뤼셀, 누엔넨, 안트베르펜. 수많은 도시와 이름 없는 풍경을 밟았던 초행길. 별의 해안선을 걸었던 발자국. 기억조차 아득한 것이 되어버린 어둠. 고독하고 고뇌어린 삶의 무게에 눌려 헤매었던 긴 편력의 끝.


밑창이 다 닳아버린 낡고 낡은 구두에서 전해지는 외로운 삶의 무게와 고단함. 그와 함께 고흐의 지나간 시간들의 흔적들.


[문화단상]박정은의 '미술로 세상읽기'-빈센트 고흐의 '일곱작품 신발'이 주는 삶의 색깔에 대해…


참 많은 의미들이 이 낡은 구두 한 켤레에 담겨 있다. 그래서 나는 고흐의 신발 작품들에 대해서 과할 정도의 애정을 가지고 있다.


일곱 작품들 중에서도 나는 특히 위의 작품을 광적으로 좋아한다. 왜냐고? 글쎄...그냥 코끝이 찡하다. 짠하고..


이 작품은 매번 볼 때마다 가슴이 뭉클해져 오는 것을 느낀다.
좀 더 솔직히 표현하자면 이 작품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아프다.


그냥 그 작품 속으로 들어가 보듬고 품에 안아주고 싶다. 신발임에도 불구하고 나에겐 신어야 되는 어떤 물건의 개념으로 다가오는게 아니라, 그냥 고단하고 지친 삶이 담겨있는 일상으로 느껴진다.


이 신발이 주는 쓸쓸함 과 외로움이 나한테 그대로 느껴져 한참을 보고 있으면 막막해지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다. 이처럼 다른 사람들도 나처럼 이 작품에 열광하는 이유 중 하나는 여과없이 투영되는 자신의 삶을 고흐처럼 이 작품을 통해서보려고 하기 때문이 아닐까. 누구나 자신이 짊어지고 있는 삶의 무게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나도 가끔씩 많은 이야기들을 여과없이 꾸미고 포장하지 않은 채 그냥 마구 되는대로, 생각 나는대로 쏟아내고 싶을 때가 있다. 그렇지만 다 쏟아낼 수도 없는 현실 앞에서 침묵으로 많은 이야기들을 삼키는 것처럼 어쩌면 고흐는 이보다 더한 삶의 애환들을 현실에서는 표출할 수 없기에, 이 낡은 구두 한 켤레에 수 많은 이야기들을 담아서 그려낸 듯 싶다. 고흐 자신의 삶에 대한 열정과 그림에 대한 애정 그리고 받쳐주지 못하는 현실에 대한 애증 및 채워지지 않는 그의 삶과 그림에 대한 욕망까지도 구두 한 켤레에 담겨 있는 듯한 느낌이다.


나는 조금전 현관에 벗어 놓은 리본 달린 보라색 융단 구두를 응시하고 있다. 고흐의 구두 만큼은 아니지만 그래도 나와 오랜 시간을 함께 면서 내게 많은 의미를 부여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신발이다. 나는 관심을 받고 싶거나 나를 좀 더 부각시키고 싶을 때 이 구두를 신는다. 이 구두는 화려하면서도 단아하고, 오래되었음에도 그리 낡아 보이지 않고, 흔한 까만 구두가 아닌 보라색이어서 나를 충분히 더 빛나 보이게 하는 힘을 가진 듯 싶다.


이제 고흐의 신발 일곱 작품과 더불어 보라색 나의 구두도 하나의 작품이 되었다
나는 내일도 이 보라색 구두가 아니더라도 또 다른 뾰족한 굽이달린 구두를 신고 나의 일상을 함께 할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삶이 무겁거나 가볍거나, 힘들거나 힘들지 않거나 그런 여러가지 가능성들을 배제하고, 각자 자신의 짊어진 삶의 무게 앞에서 고단함을 느낀다. 그 고단함을 옆에서 가장 많이 함께 해주는게 각자의 발자취인 신발인 듯 싶다. 오늘 하루 쯤은 내 삶의 무게를 고스란히 버텨주고, 받쳐주는 나의 신발들을 쳐다보면서 칭찬해 줌은 어떨런지?



▲박정은(미술평론가/'작은 철학자와 그림이만나면' 미술연구원 원장).www.grimn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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