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현정 기자] 최근 주식형 펀드로 자금 유입이 재개되고 있는 가운데 출시 후 누적수익률이 2만%를 넘긴 펀드가 있어 화제다. 펀드가 만들어졌을 당시 투자했다면 원금을 220배나 불린 셈이다. 믿기 어려운 수익률을 낸 이 펀드는 지난 1970년 출시된 미국의 가치투자펀드 '세쿼이어 펀드(Sequoia fund)'다.
펀드의 귀재로 꼽히는 빌 루안이 당시 친구였던 워런 버핏과의 파트너쉽이 청산되면서 영입된 고객들을 중심으로 출범한 이 펀드는 41년여간의 누적수익률이(지난해 9월 기준) 2만1985.73%를 기록했다.
처음 10년 수익률은 289%로 같은 기간 105%를 올린S&P500을 크게 앞질렀으며 20년이 지난 1990년에는 누적수익률이 각각 2145%, 900%로 벌어졌다. 그 후 10년 뒤인 2000년에는 1만3000%, 4800%까지 차이가 나게 됐다.
눈에 띄는 것을 수익률 만이 아니다. 이 펀드는 버크셔 헤서웨이, 밸리언트 팜, TJX, IDEXX Lab, 패스널, 모호크 인더스트리트 등에 투자한다. 엑슨모빌이나 GE, 애플 등 미국시장의 시가총액 상위 종목은 찾아보기 힘들다.
펀드 출범 초창기부터 투자해 사이즈가 커진 버크셔 헤서웨이를 제외하면 주요 종목의 시가총액은 4억∼20억달러 수준. 미국시장에서는 중형주에 해당한다.
여러 가치투자의 스펙트럼 중 세쿼이어펀드는 장기성장주에 강점을 가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편입종목의 업종을 보면 보험, 제약, 유통, 건자재, 기계 등 전통산업 위주로 구성돼 있다.
최준철 VIP투자자문 대표는 "세쿼이어펀드는 첨단기술주에 성장의 해답이 있다고 믿는 것이 아니라 전통산업에서 예측가능한 성장을 찾아내려 한다"면서 "시장에 연연하지 않고 기업에만 집중해 예측가능한 성장주에 장기투자함으로써 모든 파고를 뛰어넘고 결과적으로 시장보다 더 높은 장기수익률을 달성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 대표는 "금융위기 이후 한국판 니프티피프티(Nifty Fifty)라 불릴 만큼 대형주 중심의 장세가 펼쳐지면서 가치투자 펀드들이 액티브 펀드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면서 "그러나 세쿼이어펀드와 같이 가치투자 철학을 일관되게 고수해 꾸준히 투자한다면 탁월한 장기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김현정 기자 alpha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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