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해피투게더> KBS2 밤 11시 15분
슈의 눈물이 아니었다면 ‘선수의 아내 특집’은 의미도, 감동도 없는 수다가 될 뻔 했다. 최란, 김보민, 슈, 이유진이 각자 운동선수 남편 자랑에 심취해있는 동안, MC들은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못 들어주겠네요” 식의 장난 섞인 불편한 기색을 드러낼 뿐 그들의 공통분모를 건드리지 못했다. 이야기들이 뿔뿔이 흩어지면서 기획섭외가 무의미해지려던 찰나, 네 명의 연결고리를 찾은 사람은 바로 슈였다. “임신했을 때 남편은 시즌 중이라 혼자 힘들었던” 시간을 떠올리며 갑자기 눈물을 보이자, 옆에 있던 김보민과 최란이 “나도 눈물이 난다”며 운동선수의 아내로서 살아가는 애환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MC 유재석마저 당황하게 만들었던 이 돌발 상황은 아이러니하게도 ‘선수의 아내 특집’다웠던 유일한 장면이었다. 그만큼 어제 방송은 토크에 부실했다. 남편과 ‘옷 벗기 고스톱’ 게임을 하다가 시아버지와 마주친 사연, 남편에게 잘 보이기 위해 속옷 무늬의 앞치마를 구입한 경험 등 자극적인 소재들이 난무했고, 그나마 구수한 사투리를 주고받는 재미가 있는 ‘웃지마 사우나’ 코너는 ‘손병호 게임2’가 독차지했다. 진심이 묻어나는 이야기가 탄생하기 위해서는 느긋한 기다림이 필요하거늘, <해피투게더>는 한 시간 동안 무려 네 개의 코너를 만들어놓고 그 안에서 짧은 에피소드만을 재촉하고 있다. 조바심을 내는 순간, 토크쇼는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10 아시아>와 사전협의 없이 본 기사의 무단 인용이나 도용, 전재 및 재배포를 금합니다. 이를 어길 시 민, 형사상 책임을 질 수 있습니다.
10 아시아 글. 이가온 thirteen@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