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이은지 기자]영화 '평양성'에서 다루고 있는 평양성 전투가 한반도 최초 통일의 시발점이 된 사건이란 점이 알려지면서 화제를 낳고 있다.
660년 황산벌 전투에서 백제를 멸망시킨 신라는 당나라와의 연합작전을 펼쳐 668년 평양성을 공격한다. 고구려는 연개소문의 죽음으로 촉발된 아들들 간의 내분과 평양성 문을 연 남산과 보장왕에 의해 결국 평양성 전투에서 패하게 된다.
이준익 감독은 이런 역사적 사실에 영화적 상상력과 강력한 캐릭터 대결, 역사적 사건을 풍자해 그 속에서 해학을 이끌어내는 특유의 장기로 한반도 최초 통일의 역사적 현장을 담아낸다.
'평양성'의 스토리에서 핵심이 되는 것은 신라가 겉으로는 당나라와 연합하고 있지만, 고구려와 은밀히 연합을 시도해 고구려 멸망 이후 당나라와 치르게 될 전쟁을 미리부터 준비하고 있었다는 것.
이것은 역사적 사실을 영화적으로 재구성한 것으로 신라가 고구려 부흥 세력을 도와 당나라에 맞서도록 하는 등 고구려 민심을 사기 위해 노력했던 흔적은 삼국통일을 다룬 역사 사료 곳곳에서 발견된다.
김유신의 대사 "이제부터가 진짜 전쟁인기라" "고구려 민심을 잃으면 안된대이~" 등은 신라가 당나라에 맞서기 위해 취했던 전략들을 반영한 것이다. 이는 역사적으로는 고구려 멸망 이후에 일어난 사건들이지만, 두 시간의 러닝타임 안에서 영화적으로 담아내기 위해 몇 달 간의 평양성 전투 속에 압축해 넣은 것이다.
반도국으로서 한반도는 대륙 열강과 일본 제국주의 사이에서 끊임없는 도전과 침입을 받아왔다. 그러나 한 번도 복속돼 온 적이 없었으며 외세를 극복하거나 이용해 끈질긴 생명력을 이어온 저력의 민족이기도 하다.
그 저력은 항상 '밑'으로부터 왔다. '평양성'에서 권력자들의 사리사욕에 명분으로 동원된 전쟁 속에서 그들의 본심을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권력을 무력화시키는 핵심 인물은 거시기. 감독이 주장하는 진정한 승자는 바로 거시기이다.
서로 적이었던 거시기와 갑순이 결혼하고 그녀의 배속에 또 하나의 생명이 잉태돼 출생을 기다린다는 엔딩은 이러한 끈질긴 민초들의 생명력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감독의 메시지이다.
사정거리 안에 서로에게 총구를 겨누고 60년간 휴전상태로 분단되어 있는 국가는 대한민국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다. 이는 이 분단의 원인이 내부에 있지 않고 외세에 있었던 점에서 더더욱 뼈저리다.
한반도 최초의 통일을 이룬 신라의 승리에 가슴 벅찬 감동을 느끼면서도 고구려의 패망의 현장에서 고구려의 최후의 목격하게 되는 관객들의 맘 한켠에는 가슴 저림 또한 느껴진다. 웃으면서 우는 이른바 이준익표 해학이 정점을 이루는 지점이다.
한반도 최초의 통일을 담고 있다는 점에서 여러 가지 시사점을 던지고 단지 웃기기만 한 영화가 아니라 그 웃음 뒤에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 준다는 점에서 고른 관객층의 지지를 받고 있는 '평양성'의 흥행은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스포츠투데이 이은지 기자 ghdpss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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