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해수 기자] 지난해 월가 금융회사들의 보수 규모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한 가운데, 미국 금융규제 당국이 월가의 과도한 보너스 지급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5일(이하 미국 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등 주요외신에 따르면 미국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7일 자산규모 500억달러 이상의 월가 금융회사들이 최고 경영진에 지급하는 보너스의 절반 가량을 최소 3년간 연기하도록 하는 법안을 투표에 부칠 예정이다.
이 법안에 따르면 대형 금융회사들은 보너스를 받게 될 경영자의 업무 실적을 3년 안에 재심사해야 하며, 만약 경영자가 회사에 손실을 입힌 것이 입증될 경우 보너스를 삭감하거나 아예 지급하지 않을 수도 있다.
또한 심사를 통과해 보너스를 받게 될 경우에도 한번에 전액을 지급하는 것이 아니라 1년에 지급액의 3분의 1 이상을 주지 못하도록 규정했다.
이번 법안은 지난해 7월 통과한 금융개혁법안(도드-프랭크법안)의 후속조치로, 뱅크오브아메리카, JP모건체이스,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등 대형 금융회사들이 장기 실적보다 한해 실적에 급급해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을 막기 위해 발의됐다.
월가는 이와 같은 규제로 우수 인력들이 외국계 기업으로 유출될 위험성이 크다며 강력 반발해 왔다. 그러나 유럽 금융규제 당국이 보너스 지급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시행하면서 월가의 주장은 설자리를 잃었다.
유럽은행감독위원회(CEBS)는 올 1월부터 금융회사들의 현금 보너스가 전체 급여의 20%를 넘지 못하도록 했다. 또한 최고 경영진의 보너스는 앞으로 3∼5년 동안 최대 60%를 지급유예하고, 지분을 기초한 모든 인센티브는 일정기간의 보유 의무 기간을 두도록 했다.
또한 슬금슬금 오르기 시작한 월가의 고보수에 대한 미국내 비판 여론도 금용회사들을 압박하고 있다. 고위험 거래를 부추기는 월가의 보너스 시스템은 2008년 금융위기를 촉발시킨 원인 중의 하나로 지목됐지만, 월가의 보수규모는 금융위기를 겨우 벗어난 2009년부터 급증했다. WSJ은 지난해 월가의 보수규모는 1350억달러로, 전년의 1280억달러에 비해 5.7% 증가하며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보도했다.
보수 지급과 관련 월가의 ‘꼼수’ 역시 도마에 올랐다.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은 이날 금융회사들의 최고 경영진들이 복잡한 주식 거래를 통해 자신들의 지분 손실은 최소화하고 있는 반면, 일반 주주들의 손실은 나몰라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신문은 골드만삭스의 475명의 최고 경영진 중 4분의 1 이상이 2007년7월부터 2010년11월까지 위험 회피(헤지) 전략을 구사해 700억달러 이상의 손실을 피했다고 덧붙였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린 터너 전 회계책임자는 “월가는 주식을 경영진에게 지급함으로써 자발적으로 금융개혁을 진행하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경영진들의 꼼수는 개혁을 가로막고 있다”고 비판했다. 위험관리 전문기업인 리스크메트릭스의 패트릭 맥건 애널리스트는 "금융회사 경영진들의 헤지 전략은 회사의 이익과 상충되는 경우에 맞닥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조해수 기자 chs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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