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 우리나라 지하경제 규모가 국내총생산(GDP)의 20%에 육박한다는 조사가 나왔다. 명지대 빈기범, 우석진 교수와 한국조세연구원 박명호 연구위원은 어제 '신용카드가 지하경제 축소에 미치는 영향에 관한 연구' 보고서에서 2009년 기준 국내 지하경제 규모가 GDP의 19.2%에 달한다고 밝혔다. 2009년도 GDP가 1063조원이니 무려 204조원이 넘는다는 계산이 나온다.
음성적으로 이뤄지는 지하경제 규모를 정확히 알아내기는 쉽지 않다. 2007년에는 GDP 대비 28.1%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세 번째로 많다는 해외조사가 있었을 정도로 편차가 크다. GDP의 19.2%는 그보다는 적은 수치이지만 미국 일본, 영국 등 주요 선진국의 10% 안팎에 견주어 여전히 높은 편이다. 경제 선진국이라고 하기에 부끄러운 일이다.
더 걱정은 한동안 줄어들던 지하경제 규모가 근래에 이르러 다시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1993년 26.7%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지하경제 규모는 2006년 17.7%까지 축소됐다. 그러나 2007년 18.7%, 2008년 18.9%, 2009년 19.2%로 비록 소폭이지만 3년째 확대되고 있다. 신용카드와 현금영수증 제도의 시행, 정부의 세원 투명화 정책으로 많이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불법적인 경제활동이 여전하다는 얘기다.
지하경제는 정상적인 경제활동을 좀먹는 독버섯이다. 세금 탈루로 국가재정에 직접적인 해악을 끼치는 것은 물론 부정부패의 온상이 되기도 한다. 성실한 납세자의 조세 부담을 가중시켜 사회정의를 파괴하는 것은 물론 빈부 양극화의 골을 더욱 깊게 만들기도 한다. 불법ㆍ음성적인 거래 감시를 한층 강화해 지하경제를 양지로 이끌어내야 하는 이유다.
재정건전성 확보를 위해서도 지하경제를 뿌리 뽑는 일은 중요하다. 지하경제를 양성화할 경우 204조원에 2009년 기준 조세부담률 19.7%를 대입하면 40조원가량의 새로운 조세 수입을 거둘 수 있다. 국가 총부채 359조원의 10%가 넘는다. 선진 경제에 진입하기 위해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일등 제품의 생산 못지않게 투명한 시장질서를 구축하는 게 중요하다. 정부는 보다 철저한 세원 관리로 지하경제를 줄이는데 힘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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