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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중증환자도 동네병원 가라?

시계아이콘읽는 시간49초

대형병원을 찾는 환자들의 약제비 본인부담률이 지금의 두 배로 무거워질 전망이다. 보건복지부는 어제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건정심의위) 제도개선 소위가 현재 30%인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차등화해 동네 병원은 그대로 두되 병원은 40%, 종합병원은 50%, 대형병원은 60%로 인상하기로 방향을 잡았다"고 밝혔다. 이번 달 말 열리는 건정심의위에서 이 같은 방안이 확정되면 관련 규정을 고쳐 오는 7월부터 시행케 된다. 환자 부담을 늘려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줄이겠다는 취지에서다.


감기 같은 가벼운 증세의 환자들까지 대형병원을 찾는 바람에 동네병원들이 경영난에 시달리고 건강보험 재정에도 큰 부담이 되는 게 사실이다. 따라서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개선하려는 정부 취지는 공감한다. 하지만 건정심 소위가 내놓은 방안의 실효성에는 의문이 든다.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찾는 원인에 대해서 눈감은 임시방편으로 여겨진다. 대형병원을 이용해야 하는 서민들의 부담만 늘릴 가능성이 크다.

환자들이 더 많은 진료비를 부담하면서도 대형병원을 찾는 이유는 동네병원의 질을 믿지 못하기 때문이다. 약값 부담만으로 쉽게 동네병원으로 발길을 돌리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다. 정부가 2009년 7월부터 대형병원의 외래환자 진료비 본인부담률을 50%에서 60%로 올렸지만 대형병원 쏠림 현상은 크게 달라지지 않은 것이 그 방증이다.


전문성이 필요한 중병일 경우는 누구나 대형병원을 찾게 된다. 약제비 부담을 늘리면 이런 불가피한 경우 결과적으로 돈 없는 서민들만 큰 고통을 받게 될 것이다. 의료기관별 진료비 차등화는 그렇다고 하더라도 병원에 따라 같은 약의 값이 달라지는 것은 상식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정부가 대형병원 쏠림 현상을 해결하려는 의지가 있다면 의료서비스 수급자가 아닌 공급자에 대한 통제에 먼저 눈을 돌려야 한다. 환자가 믿고 찾을 수 있도록 동네병원의 의료 수준과 서비스의 질을 높이는 게 당장 급한 일이다. 질병 및 중증도를 기준으로 의료기관별로 치료해야 할 환자를 분류하는 방안에 대해서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 당장은 감기 환자와 같은 경증 환자들이 대형병원을 찾을 경우에 한해 제한적으로 약제비 본인부담률을 올리는 것이 합리적인 방안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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