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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로봇 영재' 죽음으로 내몬 사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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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 "남들은 미분 적분을 당연한 듯이 푸는데 나는 그런 답이 나오지 않았어요. 그런데서 차이를 많이 느꼈지요." 지난 8일 스스로 목숨을 끊은 '로봇 영재'인 카이스트(KAIST) 1학년생 조모군이 학교 측과 면담하면서 한 말이라고 한다. 그는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KAIST에 입학한 최초의 전문계고 출신으로 화제가 됐었다. 고등학교 때 각종 로봇대회의 상을 휩쓴 그의 재능을 인정받은 것이다. 그러나 KAIST 입학 후 성적부진으로 2학기 학사경고를 받으면서 심리적 압박에 시달리다 1년만에 세상을 버려 안타까움을 주고 있다.


조군은 전문계고 때보다 훨씬 높은 수준에서 시작하는 KAIST의 과학과 수학 등에서 과학고 출신 친구들보다 뒤졌다. 또 수학, 화학, 물리 등 대부분 과목을 영어로 듣는 강의에 버거워했다고 한다.

정부나 대학들은 한 분야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다고 강조해 왔다. 입학사정관제는 성적 외의 잠재력을 평가하는 훌륭한 제도로 선전됐다. 대학에 들어가면 말이 달라진다. 한 분야만 잘하는 학생을 뽑아 놓고는 갑자기 모든 과목을 잘해야 한다고 요구한다. KAIST의 수학ㆍ물리ㆍ화학 과목의 사이버 강의인 '브리지 프로그램'은 전문계고 출신이 과학고 출신을 따라잡도록 도와주기 위한 것이지만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학들도 전문계고 출신들을 입학사정관제를 통해 뽑기만 했지 이들을 위한 적응 프로그램은 제대로 준비하지 못해 왔다고 한다. 교육 당국과 대학들의 안이한 자세는 한심스럽다. 이로 인해 지금도 얼마나 많은 학생들이 방황을 하고 있을 것인가. 제2, 제3의 조군의 비극을 막으려면 외국 대학처럼 소수 학생을 위한 프로그램을 보강해야 한다.

조군의 죽음은 다른 한편으로 우리 사회에 만연한 '일류 대학' 선호 풍조를 되새겨 보게 한다. 사회가 서울대와 KAIST에 진학하면 '성공'한 것으로 부추기고 학생들도 자신의 재능을 발휘할 여건을 생각하지 않고 일류대로 간다. 전문계고 출신들의 우수한 재능을 키워줄 명문 기술 전문 대학도 없다. 기업이 소유한 대학에서라도 여러 과목의 성적을 평가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조군과 같은 특수 분야 재능을 키워주는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했으면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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