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효진 기자] 검찰이 한명숙 전 국무총리에게 불법 정치자금을 건넸다고 조사 때 진술했다가 법정에서 "돈을 안 줬다"고 말을 바꾼 건설업자 한만호(구속수감 중)씨를 위증 혐의로 수사하겠다고 나서는 등 혐의 입증에 안간힘을 쓰며 위기감을 드러내고 있다.
추가로 내놓을 간접증거도 많다며 자신감을 보이지만 법정에서 뒤바뀐 한씨 주장이 재판부 입장에서 결코 가볍지 않은 점, 검찰의 위증 혐의 수사가 재판부 판단에 큰 영향을 줄 것이라고 단정하기 어려운 점 등을 감안하면 검찰에게 남은 재판이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한 전 총리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기소한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부장 이동열)는 한씨를 위증 혐의로 추가 수사하겠다고 5일 밝혔다. 한 전 총리한테 돈을 줬다는 한씨의 검찰 조사 당시 진술이 진실이란 걸 밝히겠다는 것이다. '검찰 조사 때 한 말이 진실'이라는 한씨 말을 들었다는 동료 수감자 진술과 계좌추적 자료도 이미 확보했다. 지난 4일 3차 공판 때 증거로 신청한 한씨 대화 녹음CD도 위증 혐의 수사 차원에서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이 야심차게 반전카드를 빼들었지만 법원 내부에선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법원의 한 관계자는 "검찰 수사가 한씨 진술 신빙성에 대한 재판부 판단에 큰 영향을 주긴 어려울 것"이라면서 "오히려 검찰이 재판 결과를 참고해서 위증 혐의 수사 방향을 정하는 게 순서"라고 했다. 공판중심주의 원칙상 사건 관련자들이 법정에서 한 진술이 무엇보다 중요하고 이미 준비절차도 끝나 공판이 진행 중인데 새로운 수사가 큰 힘을 발휘하긴 어려울 것이란 설명이다.
초점은 한씨가 법정에서 검찰 조사 당시 진술을 뒤집었다는 사실 자체로 다시 맞춰진다. 그가 별다른 이익도 기대하기 어렵고 만약 한 전 총리에게 유죄가 선고되면 위증 혐의로 처벌까지 받을 수 있는 상황에서 진술을 번복했기 때문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금품수수 사건에선 당사자 진술 신빙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거듭 확인한 뒤 "위증 처벌 위험이 담보된 (법정)증언 아니냐"며 재판부가 이 점을 가볍게 보진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검찰 공소사실에 대한 재판부의 '합리적 의심'을 키울 수 있는 대목이라는 것이다.
변호인단이 '한씨가 검찰 조사 때 돈을 줬다고 진술한 건 기대하는 이익이 있었기 때문이라서 의심할 여지가 있다'고 파고들면 한 전 총리 측이 공격하고 검찰이 방어하는 양상으로 재판이 흐를 수 있다는 분석까지 나온다. 한씨는 "회사를 살려보려 검찰에서 돈을 줬다고 거짓 진술했다"고 법정에서 밝혔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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