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지선호 기자] 새롭게 출범한 SK 정유·화학부문 4개사에 ‘조직안정’이 최우선 과제로 주어졌다.
4일 SK에 따르면 SK에너지의 존속회사인 SK이노베이션과 분할회사인 SK에너지, SK종합화학, SK루브리컨츠의 출범과 함께 조직 기틀을 다지는데 역점을 둔다. SK의 고유 사내문화인 ‘따로 또 같이’가 강조된다는 것.
최태원 SK회장은 3일 열린 출범식에서 “이 체제가 득이 많지만 조금 나빠지는 것도 있을 것”이라고 운을 뗀 뒤, “회사를 나눈다고 너와 내가 다른 게 아니고 ‘우리는 우리다’라는 생각을 버리지 말아야 할 것”이라고 조직문화를 강조했다.
새로 출범한 SK이노베이션 등 각 4사의 수장들도 1~2분 간의 짧은 축사 동안 조직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박봉균 SK에너지 사장은 “SK이노베이션을 비롯한 정유·화학부문 회사들이 ‘따로 또 같이’를 해나갈 것”이라고 강조 하는가 하면 차화엽 SK종합화학 사장은 “희망과 행복을 느낄 수 있는 일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의 수장들이 첫 출범식 자리에서부터 조직문화를 강조하고 나선 것은 SK에너지의 조직 분할이 SK내부에서도 실험적이기 때문이라는 평가다. 최 회장은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이는 생각지도 못했던 체제”라고 새로운 조직 출범에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1962년 대한석유공사로 첫 정유사업을 시작한 이래 50여년간 단일회사 체제로 운영돼 온 분할 전 SK에너지로 서는 성과보다 조직운영에 대한 부담이 더 컸다.
여기에 하루 아침에 '한가족'에서 '남'이 돼버린 각 계열사 간 눈에 보이지 않는 경쟁관계도 이런 부담을 가중 시킨다. 독립적인 성과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기술이전이나 비용부담 측면에서 서로 신경을 쓴다는 것. 여기에 "각 계열사 영업이익 1조원 달성" 이라는 단기목표를 제시한 최 회장의 발언도 각 계열사 구성원들을 긴장 시켰다는 반응이다.
SK는 회사분할의 부작용을 우려해 조직을 한 번에 개편하지 않고 2008년 1월부터 윤활유 부문 자회사인 SK루브리컨츠 분사를 통해 CIC체제를 연습해왔다. 인사·재무 등 SK루브리컨츠 경영을 완전히 독립적으로 운영해 왔던 것.
단기적인 평가는 긍정적이다. SK루브리컨츠는 작년 3분기에 매출 5844억원, 영업이익 1128억원을 달성해 사상 최대 실적을 올렸다. 또 최 회장은 “몇 년간의 연습을 통해 CIC가 더 득이 된다는 점을 알았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선호 기자 likemo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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