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윤재 기자] SK그룹이 신성장동력 발굴을 통한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시스템을 완성했다. 세대교체가 핵심이다. 세대교체가 완료될때까지 새로 신설된 부회장단이 '큰 그림'아래 끌어주는 방식이다.
원활한 바통 터치가 가능하도록 신ㆍ구간 소통을 최우선으로 내세워 '너무 저돌적으로 앞서가면서 발생할 수 있는 실패'를 최소화하겠다는게 최태원 회장의 의지로 풀이된다.
그룹 부회장단의 신설로 그룹 내 사업의 통합적 추진이 가능할 전망이다. 현재까지 각 계열사에서 독립적으로 추진해오던 사업방향을 그룹 부회장단을 통해 총괄 운영 하겠다는 것.
또 그룹 부회장단 아래에 G&G추진단과 기술혁신센터(TIC)를 운영하면서 실질적인 그룹 경영을 총괄하는 '전략기획실' 역할도 맡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친 동생인 최재원 부회장이 '수석부회장'으로 부회장단을 이끌면서 적극적인 경영자문을 할 예정이다.
SK그룹 관계자는 "그룹의 주요 계열사를 거친 최고경영자(CEO)들이 회장단으로 편성돼 그룹의 큰 그림을 그리는 역할을 맡아 성장 방향을 잡아 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최태원 회장을 보좌하고, 지원하는 최정예 브레인집단으로서 후계자 발굴과 양성이라는 역할도 함께 맡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부회장단 산하의 G&G추진단은 유정준 SK에너지 R&M 사장이 보임됐다. 유 사장이 맡은 G&G 추진단은 SK그룹이 새롭게 추진해 나가야 할 사업을 잉태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 기술혁신센터에는 박상훈 사장이 계속해서 기술혁신과제를 선도하게 된다.
중국ㆍ중동ㆍ중남미 등 이른바 '3중'으로 불리는 전략지역에 대한 사업을 강화하기 위한 인사도 주목할 만한 변화다. SK㈜와 SK차이나 대표를 겸임하던 박영호 사장이 부회장 승진과 함께 SK차이나 총재로 중국 사업을 전담하게 됐다. 올 7월 출범한 SK차이나는 이렇다할 실적을 거두지 못하고 답보상태를 이어왔다. 이에 박 부회장이 전담하는 형태로 조직을 강화해 본격적으로 중국사업을 진행하게 된다.
김신배 부회장과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각각 부회장단에 포함되면서 생긴 정보통신 부문의 인사이동의 폭이 가장 커 주목할만 하다. 정만원 SK텔레콤 사장이 지난해 1월 취임해 2년만에 자리를 물려준 것은 사실상 문책성 인사라는 지적도 나온다. 스마트폰 시장에서 KT에 주도권을 빼앗긴데 대한 책임을 물은 것이다. SK C&C를 지휘하던 김신배 부회장도 대표직에서 물러나 부회장단에서만 역할을 갖게 된다는 점에서 '문책'의 성격이 다소 묻어난다.
문책의 성격을 드러난 것으로 앞으로 경영에 대한 성과와 그에 따른 책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최태원 회장의 복심이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SK에너지가 분사를 통해 사업의 독립성을 키우고, 전문성을 강화하는 것 또한 같은 맥락이다. 사업에 대한 세분과 그룹내 재편을 통해 성과와 책임을 분명히 하겠다는 것.
SK그룹은 이번 인사를 통해 모두 4명의 부회장 승진과 10명의 사장선임을 포함해 105명의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61명의 임원이 승진한 것과 비교하면 올해 임원 인사의 폭이 다소 컸다는 점도 주목할 변화다.
이윤재 기자 gal-ru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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