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성곤 기자]309조567억원의 새해 예산안이 8일 국회 본회의에서 여야의 극심한 물리적 충돌 끝에 한나라당 단독으로 통과되면서 향후 정국에 상당한 후폭풍이 예상된다. 예산안 강행 처리의 여파로 여야관계는 회복되기 힘들 정도로 싸늘해졌고 한미 FTA(자유무역협정) 추가협상에 대한 국회 비준문제도 난항이 불가피해졌다.
◆김무성 "정의로운 행동" vs 박지원 "원천무효"
김무성, 박지원 두 여야의 원내사령탑은 "정치는 타협의 예술"이라는 신념을 가진 정치권의 대표적인 화합형 인사다. 지난 7일 백봉신사상을 공동으로 수상한 점이 이를 잘 보여준다. 두 사람은 18대 국회 전반기 한미 FTA 비준, 미디어법 파동 등으로 험악해진 여야관계를 훈풍으로 이끌었다. 세종시 수정안, 인사청문회, SSM(기업형슈퍼마켓) 규제법안 처리 등 정국의 주요 고비 때마다 뛰어난 협상력과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위기를 넘겼다.
하지만 8일 예산안 강행 처리 파문 속에서 사석에서 '형님·동생'하던 두 사람의 대화정치는 파탄이 났다. 우선 예산안 강행처리에 대한 평가가 극과 극이었다. 김무성 원내대표는 "우리 국민과 사회를 위한 정의로운 행동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반면 예산안 통과 원천무효를 주장한 박지원 원내대표는 "본회의장에서 의사봉을 치는 소리가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통령의 조곡으로 들렸다. 망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 고강도 대정부투쟁 예고...한미 FTA 비준안 극한투쟁 불가피
예산안 강행처리의 후폭풍으로 여야관계는 사실상 단절됐다. 특히 본회의장 주변 물리적 충돌로 양측의 감정이 워낙 격앙된 만큼 향후 정치일정의 전면 중단도 우려된다. 여의도 주변에서는 여야의 냉각기가 예측하기 힘들 정도로 장기화될 것이라는 비관적인 전망도 나온다.
특히 민주당의 반발이 거세다. 민주당의 초강경 분위기는 8일 예산안 처리 직후 차영 대변인이 발표한 논평에서 그대로 드러난다. 차 대변인은 "예산안 통과는 독재자 이명박의 탄생을 알리는 것으로 독재자 이명박은 북한과 다를 바가 없다"며 "박희태 의장과 한나라당은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충성스런 강아지에 불과했다"고 격렬하게 성토했다. 손학규 대표 역시 "독재는 결국 국민에 의해 망한다"며 강도 높은 대여투쟁을 예고했다.
민주당은 9일 오후 긴급 의원총회에서 예산안 강행처리 이후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원내지도부 책임론, 의원직 총사퇴 등 여러 주장이 나오고 있지만 민주당이 고강도 대정부투쟁을 선언할 것은 확실하다. 우선 북한의 연평도 무력도발로 수면 아래로 가라앉았던 민간인 불법사찰과 청와대의 대포폰 사용 의혹에 대한 공세를 강화하며 현 정부 규탄운동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아울러 내년 초로 예상되는 한미 FTA 추가협상에 대한 국회 비준문제도 대격돌이 예상된다. 여야의 인식차가 워낙 첨예한데다 예산안 강행 처리의 여파로 접점 찾기가 쉽지 않다. 김 원내대표는 FTA에 대한 민주당의 반대와 관련, "우리나라는 수출로 먹고사는 나라다. 나라 이익을 지연시키는 것은 반애국적 행위"라고 비판하며 "제대로 못하면 집권여당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거다. 이것도 관철하겠다"고 강조했다. 반면 민주당은 매국적인 굴욕협상인 만큼 당의 정체성을 걸고 비준거부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 조사분석실장은 "예산안 강행 처리는 여야의 유불리를 떠나 정치권 전반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심화시켰다"며 "민주당의 대정부투쟁과 한미 FTA 비준안 처리 여부는 결국 여론이 어떻게 움직이느냐에 따라 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성곤 기자 skzero@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