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자터널 3개 통행량 적어 매년 수 백억원씩 보조금 지급으로 혈세 날려
[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인천시가 3개 민자터널을 지으면서 2000억원을 아끼려다가 5000억원을 날리게 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민의 혈세로 민간사업자들의 배만 불리게 된 대표적 사례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인천 지역에는 현재 지난 2002년 4월 문학터널(미추홀길), 2004년 7월 원적산터널(길주로), 2005년 7월 만월산터널(장제로) 등 3곳의 터널이 개통돼 각각 운영 중이다.
연수구 청학동~남구 학익동을 잇는 문학터널은 총연장 1450m의 3차선 쌍굴터널로, 사업비 813억원 중 인천시가 110억원, 군인공제회 출자회사인 문학개발㈜가 703억원을 냈다.
서구 석남동~부평구 산곡동 간 원적산터널은 교직원공제회가 출자한 천마개발㈜이 543억원, 시가 584억원을 들였다. 총연장 2269m의 2차로 쌍굴 터널이다.
만월산터널은 남동구 간석동과 부평구 부평동을 연결하는 총연장 2871m의 3차로 쌍굴 터널이다. 대림컨소시엄이 만월산터널㈜를 만들어 942억원의 민간자본을 투자하고 시가 542억원의 사업비를 들여 건설했다.
문제는 이 터널들이 당시 민간투자를 유치하면서 최소운영수입보장(MRG) 방식으로 건설됐다는 것이다. 건설 당시 예측 통행량에 비해 실제 개통 후 통행량이 적을 경우 예측 통행량의 90%를 기준으로 부족한 만큼의 통행료를 시가 민간사업자에게 지급해주는 조건이었다.
즉 예측 통행량이 100이었는데, 실제 50대만 통행한다면 40대분의 통행료를 시민의 세금으로 보조해줘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실제 각 터널들은 예측 통행량에 비해 실제 통행량이 턱없이 부족해 매년 막대한 보조금이 지급되고 있다.
올해의 경우 지난 9월말을 기준으로 문학산터널은 예측 통행량(5만5000대)의 63.6%인 3만4961대, 원적산터널은 3만5722대의 28.2%인 1만69대, 만월산터널은 5만2127대의 38%인 1만9820대의 차량이 각각 이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에 따라 개통후 지난해까지 문학터널 380억원, 원적산터널 239억원, 만월산터널은 251억원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올해에도 문학터널은 57억7100만원, 원적산터널은 64억500만원, 만월산터널에는 82억8200만원을 각각 지원했다.
내년에도 문학산터널에 49억원, 원적산터널 71억원, 만월산 터널에 63억원 등 183억원을 지원할 계획이다.
앞으로 통행량이 늘어나지 않을 경우 앞으로 남은 금액을 다 합치면 문학터널이 2022년까지 700여억원, 원적산터널은 1500여억원, 만월산터널은 2010여억원이나 된다.
3개 터널을 합쳐 총 5000억원 가량의 혈세가 보조금으로 지급됐거나 될 예정인 것이다.
결국 인천시는 터널 공사 때 사업비 2188억원을 아끼려다 5000억원을 통행료 보조금으로 날리게 된 셈이다.
시 관계자는 "만월산터널은 사업자 교체를 통해 최소운영수입보장 기준을 90%에서 74.9%로 낮춰 연간 20억원씩 24년간 600억원을 절약할 수 있도록 했다"며 "문학터널은 송도국제도시로 가는 통행량이 늘어나면서 걱정을 덜하게 될 것 같고 원적산터널은 민간사업자와 협의해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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