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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FTA결렬, 미국 책임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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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ㆍ미 양국의 자유무역협정(FTA) 추가 협상이 결렬됐다. 이명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어제 청와대에서 열린 정상회담 후 가진 공동기자회견에서 "한ㆍ미 FTA 추가 협의에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는데 인식을 같이했다"고 밝혔다. 양국 정상이 지난 6월 주요 20개국(G20) 서울 정상회의 이전에 타결하기로 했던 약속이 지켜지지 않은 셈이다.


한ㆍ미 FTA는 시한에 쫒겨 무리하게 타결해야 할 만큼 가벼운 사안이 아니다. 차분하게 시간을 갖고 양국이 윈윈하는 길을 찾는 게 바람직하다. 2007년 협정을 체결하고도 벌써 3년 이상 표류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타결 시한을 정해놓고 상대방이 받아들이기 어려운 나쁜 합의를 강요하느니 차라리 안 하는 게 나을 것이다. 이번 협상의 결렬이 그러한 교훈의 계기가 되기를 바란다.

문제는 추가 협상이 결렬된 이유가 미국 측의 과도한 요구에 있다는 점이다. 다시 협상에 나서더라도 미국 측의 입장이 변하지 않는다면 결과는 달라질 게 없을 것이다. 미국은 연비와 온실가스 배출 기준, 안전 기준 완화 등 자동차 부문에 있어 상당 부분 한국의 양보를 받아냈으면서도 다른 한편에서 쇠고기 개방 확대를 거듭 주장했다고 한다. 쇠고기 개방은 FTA 논의 대상이 아니다.


협상의 기본은 상대방 입장에 대한 이해와 양보다. 사실 미국이 협정을 체결하고도 자국 내 여론을 핑계로 추가 협상을 하자는 것 자체가 이미 외교적 결례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2008년의 촛불시위에서 나타난 한국 국민의 정서를 잘 알고 있으면서 FTA와 별개인 쇠고기 문제를 집요하게 거론한 것이다. 미국이 쇠고기를 협상의 지렛대로 이용하려 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도가 지나친 무례가 아닐 수 없다.

새로운 추가 협상의 타결 여부도 전적으로 미국 측의 태도에 달려 있다는 게 우리의 생각이다. 무리한 양보 요구로 협상이 마냥 길어지는 것은 양국 모두에 득이 되지 못한다. 두 나라 정상이 '빠른 시간 내에 타결하기 위해 공동 노력'하기로 한 것도 그 때문일 것이다. 미국이 진정 FTA 협상의 빠른 타결을 원한다면, 양국 국익에 부합된다고 판단한다면, FTA 본질에 충실해야 한다. 쇠고기 문제는 협상 테이블에서 내려놓는 게 옳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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