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도형 기자]# 질문 1 “한강대교에 하루동안 지나가는 차량을 어떻게 계산할 수 있나.”
# 질문 2 “자신이 회사의 대표인데 불경기로 인해 직원들을 정리해고 해야 한다. 어떻게 대처할 생각인가.”
# 질문 3 “반 대표를 맡고 있다. MT(Membership Training)를 가는데 절반은 남학생들과 함께 가자고 주장하고 절반은 우리끼리만 가자고 한다고 한다. 자신이 반 대표라면 어떻게 조율할 것인가.”
지난 24일 국내 대학 최초로 입학사정관 전형의 면접 과정을 공개한 성신여대. 이날 경영학과 리더십우수자전형 면접시험장에서는 이런 난처한 질문들이 쏟아졌다.
같은 시간 옆 강의실에서 시행된 불어불문학과 면접에서도 자기소개서를 바탕으로 한 날카로운 질문들이 이어졌다.
# 질문 1 “알퐁스 도데의 소설을 좋아한다고 했는데 소설의 배경이 되는 장소가 어디인가.”
# 질문 2 “어떤 참고서를 활용해 프랑스어를 공부했나.”
# 질문 3 “한 학생은 ‘순수문학’의 알퐁스 도데를, 다른 학생은 ‘참여문학’의 에밀 졸라를 좋아한다고 했다. 두 학생은 어떤 점 때문에 이들 작가의 관심이 엇갈렸다고 생각하나.”
질문을 받자 한 학생이 생각할 시간을 요청했다. 그러자 다른 학생이 답변에 나섰다. 그는 “문학은 문학만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알퐁스 도데의 소설처럼 마음을 따뜻하게 해주는 작품은 그 자체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에 그처럼 쓰여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짧은 시간 동안 순발력 있게 준비한 대답이 흘러나왔다. 다른 학생은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는 반유대주의가 팽배하던 시기에 발표됐습니다. 그릇된 인식으로 사회가 군중화된 상황을 작가가 인식하고 이를 알리고 싶었기 때문에 이런 부조리를 고발할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대답했다.
이날 성신여대가 20여분 가량 전형 과정을 공개한 전형은 리더십우수자전형(정원 24명)과 챌린저 전형(10명) 등 2가지. 각기 모집정원의 3배수인 72명과 30명씩이 이날 면접을 치렀다.
입학사정관 전형인 이들 전형 면접장에서는 전임사정관 1명, 교수사정관 2명, 외부 위촉사정관 2명 등 모두 다섯 명의 사정관이 학생들을 마주했다. 2명의 학생들은 25~30분 가량의 시간동안 이들 사정관의 질문에 대답했다.
이날 시험을 본 학생들의 대체적인 반응은 ‘생각하지 못했던 질문이 많았다’는 것이었다.
윤초록(서울 문영여고 3학년) 학생은 “예상 못한 문제들이어서 꽤 당황 했다”면서 “시사를 반영한 문제도 하나씩은 나오는 것 같으니 살펴보라고 조언해 주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날 시험장에서는 고급 식당을 연상케 하는 정갈한 분위기도 눈에 띄었다.
대학 측은 사정관과 학생들의 책상에 하얀색 테이블보를 깔고 노란 들국화가 심어진 자그마한 화분을 놓았다. 응시생이 긴장을 풀고 편안하게 시험을 볼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서다. 한 면접장의 교수사정관은 계속 귀 옆에 볼펜을 꽂은 모습으로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김종배 성신여대 입학홍보처장은 “흔히 말하는 ‘글빨’과 ‘말빨’ 좋은 아이들에게 유리할 수 있는 전형이라는 지적을 감안했다”면서 “편안한 분위기를 통해 보통 아이들도 최대한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직 교수 2명을 포함한 전임사정관 9명을 모두 정규직으로 채용하고 있는 성신여대는 문화계, 언론계, 사회단체 소속 인사 18명을 이번에 외부사정관으로 위촉해 면접전형에 참여시켰다.
면접장을 찾은 심화진 성신여대 총장은 “입학사정관제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높이고 어떻게 진행되는지 정보를 드리기 위해 힘들게 면접 상황을 공개했다”면서 “이 제도를 잘 정착시킬 수 있다는 자신감과 의지의 표현”이라고 말했다.
한편, 면접의 마지막에는 공통적으로 30초 가량의 자기광고 시간이 주어졌다.
학생들은 ‘국제부 기자를 꿈꾸는 만큼 해외연수프로그램을 통해 현지에서 프랑스어를 확실하게 공부하고 싶다’ ‘국어국문학과와의 2중전공을 통해 불문학과 국문학의 교량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싶다’는 등의 대답을 내놓았다. 또 다른 학생은 ‘Dream is now here’라고 얘기하며 꿈을 이루고 지원했다고 말하기도 했다.
김도형 기자 kuert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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