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아무도 그의 빈자리를 부인하지 못했다. 이 한 경기 만으로 그의 위상을 또 한 번 절감해야 했다.
'캡틴' 박지성(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결장은 그저 한 선수의 공백이 아니었다. '중원 지휘자'가 자리를 비우면서 대표팀 허리도 함께 휘청했다.
조광래 감독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이 1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벌어진 일본과 평가전서 0-0 무승부를 기록했다. 73번의 맞대결을 갖고 상대전적에서 40승21무12패로 여전히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지만 너무나 아쉬움이 많이 남는 경기였다.
가장 눈에 띈 건 박지성의 공백이 너무 크게 느껴졌다는 점이다.
박지성은 지난 10일 파주 훈련 도중 오른쪽 무릎에 통증을 느껴 이날 한일전에 결장했다. 단순한 통증이 아닌 게 문제였다. 고통을 느낀 부분은 바로 지난 2007년 수술을 받았던 오른쪽 무릎. 물이 차오르고 벌겋게 부어올라 조광래 감독 등 대표팀 코칭스태프와 주치의가 결단을 내렸다. 장기적인 선수 보호 차원에서다.
이에따라 이날 일본전서 박지성 대신 '황태자' 윤빛가람(경남)이 신형민(포항)과 짝을 이뤄 미드필드를 맡았다.
하지만 결과는 아쉬움이 너무 컸다. 당초 일본의 강한 미드필드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기 위해 박지성을 2선으로 내리는 전술을 구상했지만 박지성이 결장하면서 미드필드 장악에 실패했다. 패스는 날카롭지 못했고 드리블과 볼키핑은 거칠었다. 전방으로 볼 배급이 원활하지 못하면서 원톱 박주영과 왼쪽 날개 이청용이 자주 고립됐다. 전반 중반 이후엔 아예 박주영과 이청용이 중원으로 내려와 직접 볼을 따내는 데 가담했다.
이상윤 해설위원은 "허리싸움에서 승부가 갈릴 것으로 내다봤는데, 결과적으로 여기에서 크게 밀렸다. 우리 미드필드진은 밸런스가 안맞는 모습을 자주 노출했고 볼 소유가 매끄럽지 못했다. 원하는 방향으로 패스를 전개하는 일본과 대조를 이뤘다"며 "미드필드에서 완벽하게 볼을 소유하지 못하면서 공격 루트도 다양해지지 못했다. 이 여파로 볼 점유율이 낮아졌고 공격수들도 상대 수비진에 전혀 부담을 주지 못하는 어중간한 플레이를 일관했다"고 아쉬워 했다.
쉽게 쉽게 전방으로 볼을 빼주고 공격과 수비의 연결고리 역할을 착실하게 해주는 일본 미드필드진과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는 지적이다.
박지성의 공백이 큰 점은 비단 한 경기로 끝날 문제가 아니라는 데 더 큰 아쉬움이 있다. 2010 남아공월드컵 이후 잠깐 대표팀 은퇴 얘기가 나온 데다 대표팀 혹사 논쟁까지 고개를 들면서 '포스트 박지성'에 대한 필요성이 더욱 강하게, 그리고 절실하게 대두되고 있기 때문이다. 과연 박지성의 공백을 메꿀 선수가 있을 지, 그 뒤를 이을 자원을 지속적으로 관리하고 있는 건지 한일전을 마친 축구계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할 숙제다.
스포츠투데이 조범자 기자 anju1015@
스포츠투데이 사진 이기범 기자 metro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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