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신한금융 이사회가 어제 5시간이 넘는 마라톤 회의 끝에 신상훈 신한지주 사장을 직무정지시키로 했다. 라응찬 신한금융 회장과 이백순 신한은행장 측이 주장하는 해임 대신 검찰 수사 결과를 지켜보고 신 사장의 처리를 결정하자는 차선책을 택한 것이다. 신 사장이 신한은행장 재직 시절 950억 원 상당의 부당대출을 하고, 이희건 명예회장의 고문료 15억 원을 횡령했다는 주장은 검찰 수사로 진위를 가리게 됐다. 이로써 지난 2일 불거진 신한 사태는 12일만에 임시 봉합된 셈이다.
전성빈 이사회 의장은 "모든 이사가 추락된 신한의 위상을 회복하고 과거보다는 미래를 위한 결정에 동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단 훼손된 신한의 위상과 브랜드 가치의 회복은 쉬워 보이지 않는다. 이미 깊어진 경영진간의 반목, 주주와 노조의 분열로 인해 불씨는 재연되거나 확대될 소지가 적지 않다. 이들 경영진 3명에 대해 고소, 고발이 집중돼 과연 신한 금융이란 조직이 제대로 굴러갈까 우려도 나온다.
양측의 감정의 골이 깊어 추가 폭로로 이어질 경우 걷잡을 수 없이 싸움이 번질 가능성도 있다. 어제 신 사장측은 고문료의 일부를 라 회장과 이 행장도 사용했다고 주장했다. 사실이라면 두사람도 자문료 횡령 부분에 대한 책임을 벗어날 수 없다.
해임은 아니지만 직무정지로 신 사장의 손발을 묶어 일단 '절반의 승리'를 거둔 라 회장 측은 조직을 잘 추슬러야 하는 과제를 안게 됐다. 그런데 시민단체가 라 회장의 차명 계좌 문제를 고발한데다 재일교포 주주들이 이 행장을 상대로 해임청구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자회사 사장 2명은 신 사장과 함께 배임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 신한금융의 경영진이 거의 모두 수사대상에 올라 있는 것이다. 더욱이 주주와 노조, 그리고 직원들간 균열도 생겼다. 여건이 이러니 경영진이 제대로 끌고 나갈 수 있겠는가.
수사 결과도 후폭풍이 될 수 있다. 이사회가 수사 결과를 감당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어쩌다가 한국의 대표 금융전문 그룹이라는 신한금융이 이런 꼴이 됐는가. 지금 돌아가는 이전투구와 비자금 논란을 보면 라 회장, 신 사장, 이 행장 세사람은 누구를 손가락질하기에 앞서 모두 책임을 져야 할 사람들이다.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