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닥 상장사를 사채로 인수해 부당이득을 챙기는 등 수법으로 소액투자자에게 막대한 피해를 준 '기업 사냥꾼'과 악덕 기업주들이 검찰에 무더기로 적발됐다. 이들은 이른바 '찍기'ㆍ'꺾기' 등 수법으로 투자자를 교묘하게 속였다. 문제가 있는 업체는 대표이사나 최대주주가 자주 바뀌었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대검찰청 중앙수사부(검사장 김홍일)는 지난 6월부터 전국 검찰청을 동원해 수사를 벌여 상장이 폐지됐거나 폐지 위기에 처한 부실기업 가운데 11개사 관계자 21명을 기소했다고 1일 밝혔다. 검찰이 60여명을 추가로 조사중이라서 기소되는 사람은 앞으로 계속 늘어날 전망이다. 기소된 12명을 포함해 모두 20명이 구속됐고 18명에 대해 체포영장이 발부됐다.
검찰에 따르면, 이들은 자기 돈도 없이 사채 등으로 상장사를 인수한 뒤 주가를 조작하거나 투자를 가장하고 회삿돈을 빼돌리는 등 수법으로 많게는 수백억원까지 부당이득을 챙기고 회사가 상장폐지되도록 해 투자자들에게 손해를 준 혐의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대표 A씨는 지난해 7~12월 투자가치가 없는 몽골법인을 고작 100만원에 사들인 뒤 본사 사옥 매각 잔금 290억원으로 해당 법인 지분 51%를 취득한 것으로 가장해 290억원을 빼돌린 혐의를 받고 있다. B씨는 페이퍼컴퍼니인 자회사에 돈을 빌려주는 것으로 가장해 200억원을 빼돌린 혐의도 있다.
정보통신업체 대표 B씨는 2008년 6월부터 지난해 5월까지 전환사채 발행 과정에서 사채업자와 손실보전 약정을 맺고 이면이자 30억여원을 지급해 회사에 손해를 주는 한편 69억여원을 가장납입한 혐의로 기소됐다.
집중력향상기기 제조업체 최대주주 C씨는 2007~2008년 회삿된 369억원을 빼돌려 이 가운데 약 230억원을 개인 채무 담보로 제공하고 76억원을 회사가 대위변제토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인삼제품 제조업체 대표 D씨는 2008년 4~8월 125억원으로 과대평가된 비상장주식을 회사가 매수토록 해 차액 45억원을 챙긴 혐의 등으로, 공연기획업체 대표 E씨는 2006년 증자대금 178억원을 입금받자 인기연예인 콘서트 투자금 등 명목으로 거래처에 선급금을 지급했다고 되돌려받는 식으로 80억여원을 빼돌린 혐의로 기소됐다.
이들을 포함한 대부분 업체 대표나 최대주주가 '사채인수'ㆍ'유령ㆍ헐값회사 무자본 인수'ㆍ'대위변제' 등으로 수십억~수백원을 벌었다.
수사 선상에 오른 업체 대부분이 대표이사나 최대주주가 빈번하게 바뀌었고 영업실적이 나빠짐에도 억지로 주가를 올려 소액 투자자들 돈을 끌어모았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유상증자 때 대외적으로는 공모 형식을 취하면서도 실제로는 사채업자한테서 돈을 빌려 주금을 납입한 뒤 전액 인출해 갚는 이른바 '찍기', 사채업자들이 증자에 진짜 참여하는 것처럼 꾸민 '꺾기' 등 수법이 많이 사용됐다는 점도 검찰이 설명하는 특징이다.
수사 선상에 오른 업체 가운데 3곳은 '찍기'로 260억여원을, 4곳은 '꺾기'로 550억여원을 끌어모았다.
기소된 사람 중에는 업체한테서 "상장폐지를 면하게 도와달라"는 부탁과 함께 돈을 받고 허위 감사보고서를 써주는 식으로 비리에 가담한 공인회계사도 포함됐다.
검찰이 추산한 소액주주들 투자피해 총액은 3700억원 이상이다. 상장폐지된 업체들 시가총액은 4377억원으로 보고 있다.
수사 선상에 오른 업체 대부분이 대표이사나 최대주주가 빈번하게 바뀌었고 영업실적이 나빠짐에도 억지로 주가를 올려 소액 투자자들 돈을 끌어모았다는 게 검찰 설명이다.
이창재 대검 수사기획관은 "지금까지는 상장사가 퇴출되더라도 기업주 비리 유무를 체계적으로 점검하는 시스템이 없었다"면서 "검찰은 앞으로도 서민 투자자를 울리는 기업사냥꾼과 악덕 업주 등을 철저하게 수사할 계획"이라고 했다. 김효진 기자 hjn2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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