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우리 생활에서 일어나는 분쟁의 상당부분은 도덕과 공동체의 자율적 규율에 의해 해결될 수 있었다. 그러나 사회가 복잡다변화 되면서 그것들로는 잘 규제가 되지 않으면서도 또 막상 법에 호소하기도 어려운 생활분쟁이 늘고 있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아파트 소음으로 인한 층간분쟁이다. 이런 문제는 쉽게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다툼이 지속되다가 끝내 사인간의 감정이 깊어져 때로는 비극적 결과를 가져오기도 한다.
층간분쟁이 자율적으로 해결되지 못하는 가장 큰 이유는 공동생활에서 요구되는 예절과 생활습관 등이 제대로 형성되지 못한 때문이기도 하고 또 어쩌면 사람들의 삶이 너무 각박해졌기 때문이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다.
아파트 소음으로 인한 층간분쟁 등 생활분쟁을 규율하는 법이 아직 제대로 정비되지 않았고, 적용 가능한 법도 실제로 공동생활을 규율하는 준거틀로 기능하지 못하는데도 그 원인이 있다. 아파트 층간소음의 경우 그것이 일정 정도를 넘으면 형사적으로는 생활방해가 돼 경범죄처벌법위반이고 민사상으로는 손해배상청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보통은 층간 소음 문제를 제기하는 사람은 오히려 까다롭고 이해하기 어려운 사람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아 그런 방법을 통한 권리구제도 쉽지 않다. 물론 공동생활을 함에 있어 일정한 생활방해는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고 때문에 일정 정도는 수인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문제는 수인한도가 개인의 성격이나 처한 상황에 따라 크게 다를 수 있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들은 웬만한 소음은 잘 참고 견디는 반면에 또 어떤 사람들은 조그만 소음에도 예민한 경우가 있다. 또 수험생을 둔 가족의 경우 위층에서 아이들이 쿵쾅거리며 뛰어 다니는 경우 그 소음에 예민할 수밖에 없다. 그러다보니 소음문제로 항의를 받는 쪽에서는 항의하는 사람의 입장을 쉽게 수긍하지 못하고, 항의하는 쪽에서는 또 상대방의 입장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고 하소연한다. 생활분쟁을 해결하기 어려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층간 소음분쟁이 발생하면 먼저 공동주택관리규약 또는 경범죄처벌법의 기준에 맞추어 수인한도 초과 여부를 판단하여 우선 해결을 시도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 노력이 쉽지 않을 경우 다음으로 환경분쟁조정위원회에 조정신청을 하는 방법이 있다.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조정과정에서 피해여부, 인과관계를 규명하여 문제 해결 방법을 찾는다. 가령 문제가 부실시공에 있다면 시공사가 바닥 보수비용을 배상하도록 하고, 위층 거주자의 책임이 인정되면 방음매트설치 등을 이행하도록 하는 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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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생활분쟁에서 정작 필요한 것은 소음을 줄이기 위한 주민들의 노력과 공동생활에 걸맞는 생활태도를 형성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궁극적으로는 이웃 간에 화목하게 지낼 수 있도록 대화와 타협을 유도하는 것이 중요한데 환경분쟁조정위원회는 이런 점에서 특히 그 역할이 크다.
물론 환경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서도 끝내 해결이 되지 않는다면 최종적으로 소송을 통한 해결방법을 찾아야 할 것이지만 적어도 생활분쟁에 관한한 소송을 통한 해결이 쉽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는 점에서 환경분쟁조정위원회의 역할이 자못 기대된다고 할 것이다.
강신업 예일볍률사무소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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