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당 1조원··고부가 선박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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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채명석 기자] ‘드릴십(drill ship)’은 수심이 깊거나 파도가 심해 플랫폼과 같은 고정된 구조물을 설치할 수 없는 해상에서 수심 3000m가 넘는 깊은 해저에 구멍을 뚫어 원유와 천연가스 시추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선박 형태의 시추설비다.
고도의 기술력과 설계력을 요구하기 때문에 한 척당 가격도 1조원에 육박하는 고부가가치 선박의 대표주자다.
육지에서 캐내는 원유에 비해 바다 한가운데서 퍼 올리다 보니 드릴십의 원유 생산 비용은 상대적으로 비싸다. 따라서 유가가 현재보다 낮았던 지난 1998년 이후 발주가 중단됐다가 고유가 추세가 이어지면서 2005년부터 다시 수요가 생겨났다.
국제 드릴십 시장에서 국내 업체의 적수가 없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 현대중공업 등 빅3가 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2000년 이후 전 세계에서 발주된 46척의 드릴십 가운데 29척을 수주하는 등 68%의 시장 점유율을 기록중이며, 최근 3년(2007년~2009년) 동안에는 8척을 인도했다. 올해는 이미 인도한 1척을 포함해 총 7척의 드릴십을 인도할 예정이다. 지난 2008년에는 조선업 사상 최고가인 9억4200만달러 규모의 드릴십을 수주하기도 했다.
◆최대 해저 11km까지 시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산은 8848m 높이의 에베레스트산이다. 삼성중공업이 건조한 드릴십은 그보다 더 깊은 해저 11km까지 파내려 갈 수 있어 에베레스트 높이보다 훨씬 더 깊은 곳까지 시추할 수 있다.
드릴십은 파도가 심한 해상에서 일정한 위치를 유지하면서 깊은 바닷 속까지 파내려 가야하기 때문에 고도의 기술이 요구된다. 드릴십이 바다 한가운데서도 어떠한 선박 고정장치도 없이 위치를 유지하면서 구멍을 뚫을 수 있는 비결은 바로 동적위치제어시스템(DPS, Dynamic Positioning System)이라는 기술을 사용하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이 DPS 기술을 적용해 지난 2007년 세계 최초로 건조한 극지용 드릴십인 ‘스테나 드릴막스호’는 높이 16m의 파도와 초속 41m의 강풍 속에서, 영하 40℃의 혹한을 견디며 시추작업이 가능하며, 2006년 산업자원부(현 지식경제부)로부터 ‘세계 일류상품’에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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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으로 땅 파요= 드릴십은 일반 선박과 생김새는 비슷하지만 선체 중앙에 큰 구멍(Moon Pool)이 있어 이 구멍에 시추 장비를 탑재해 깊은 바다 속의 유정을 뚫는다.
즉, 회전하는 드릴 파이프(시추관)의 끝 단에 달려 있는 드릴비트의 회전력과 시추관 내를 통해 비트로 분사되는 특수한 진흙(mud)을 사용해 해저를 뚫는다.
해저에 시추관을 내리면서 그 안으로 진흙을 흘려보내면 시추관을 타고 내려가 구멍 끝 비트 노즐에서 분사되며, 분사 후에는 유정(해저에 뚫은 구멍)벽과 시추관의 외벽 사이를 통해 다시 올라오는 데 이때 진흙은 파낸 부스러기와 가스 등 불순물을 제거하는 역할을 수행한 후 재생해 다시 사용하게 된다.
드릴십이 유정 구멍을 뚫으면 부유식 원유생산 하역설비(FPSO)가 드릴십이 있던 자리로 와서 원유 및 가스를 뽑아낸다.
<자료: 삼성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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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명석 기자 oricm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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