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영주 기자] 청와대를 둘러싼 여권 내의 권력투쟁이 마침내 수면위로 떠올랐다.
이명박 정권의 임기 5년 중 절반이 흐르면서 청와대 핵심참모진과 소장파간의 갈등은 점점 심화돼왔고, 6.2 지방선거 패배를 계기로 청와대 책임론이 불거지면서 양측은 인적쇄신을 두고 포문을 열었다.
지난 10일 일부 언론이 정운찬 총리가 지난 9일 주례회동에서 이명박 대통령과의 독대를 추진했으나, 청와대 참모들의 저지로 무산됐다고 보도하면서 청와대 권력투쟁의 단면이 공개됐다.
정 총리가 대대적인 청와대 인적쇄신이 필요하다는 건의를 이 대통령에게 전하려고 했고, 이를 감지한 청와대 참모들이 막아 독대가 이뤄지지 않았다는 '정 총리 거사설'이었다.
보도가 나가자 청와대에서 이에 대해 "소설 같은 이야기"라고 일축했고, 총리실에서도 사실무근이라고 공식 해명하면서 사태는 해프닝으로 끝나는 듯 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는 시간이 지날수록 복잡해지고 있다.
'정 총리 거사설'은 대통령직속 위원회의 고위 인사의 입을 통해 기자들에게 전달됐고, 다른 여권 관계자들도 비슷한 내용을 언론사에 제보하는 등 소장파로 분류되는 측에서 쏟아져 나왔다.
마침 한나라당 초선 의원들이 연판장을 돌려 10일 오후 "청와대 참모진 개편을 통한 민심수습과 국정운영 시스템의 획기적 개선을 요구한다"고 청와대를 압박했다.
여권 관계자는 "지방선거가 참패로 끝나면서 당 지도부는 사퇴를 했는데, 청와대는 책임있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고 있다는 불만이 소장파에서 터져 나온 것"이라며 "청와대는 오히려 후보 공천 잘못 등 당의 책임이라고 맞서고 있다"고 전했다.
소장파와 정 총리가 청와대 쇄신을 두고 연대하는 듯한 모습도 눈길을 끈다.
정 총리는 지난해 9월 취임 이후 세종시 문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으나, 총리실 조직을 장악하기 힘들었다. 간부 인사 문제에도 청와대 참모진들의 간섭이 심했다고 정 총리 측근들은 전했다. '허수아비 총리'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총리의 권한을 제대로 행사할 수 없는 상황이 되자, 이에 대한 불만이 폭발한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 대통령이 정 총리에 대한 신임이 두터운 것도 정 총리가 행동에 나설 수 있는 밑거름이 되고 있다. 지방선거 이후 이 대통령은 정 총리에게 국정에 전념해줄 것을 주문하며 힘을 실어줬다.
여권 고위관계자는 "이 대통령은 정 총리가 세종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어려운 결정을 내려 총리직을 맡고 성심성의껏 노력해주고 있는 것에 대해 애틋하면서도 고마운 마음을 갖고 있다"며 "특히 정치인 출신이 아니라는 점이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른 관계자는 "청와대 핵심참모진들이 임기 초기부터 청와대를 장악하자 이에 불만이 쌓인 소장파에서 지방선거 패배를 계기로 쇄신을 요구하고 있는 형국"이라며 "앞으로 갈등이 더욱 증폭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이 이같은 갈등을 어떻게 봉합하고, 집권후반기에 매진할지는 결국 앞으로 남은 인적쇄신에 의해 결정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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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기자 yjch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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