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황숙혜 기자] 쌀 때 사서 제값에 팔아 차익을 남기는 것이 가치투자의 기본 원리다. 시장이 알아보지 못한 진주를 먼저 발굴해 저가에 매입, 다수의 군중이 매수에 나서기를 기다렸다가 주가가 마침내 내재가치를 반영할 때 차익을 실현한다는 얘기다.
버크셔 해서웨이의 1분기 행보를 다시 살피게 되는 이유는 가치투자의 얼개를 세운 이가 워런 버핏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가을부터 캐드버리 인수에 못마땅한 심기를 내비쳤던 버핏은 1분기 크래프트푸즈를 3150만주 매도했다. 버핏은 196억달러의 캐드버리 인수안이 크래프트의 기업 가치를 크게 저평가했다는 지적과 함께 '멍청한 짓'이라며 노골적인 쓴소리를 내뱉었다. 버핏의 '입'에 시선이 집중된 것은 그가 크래프트 지분 9.4%를 보유한 주주이기보다 개별 기업의 인수합병(M&A)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것이 이례적이었기 때문이다.
버핏의 반대에도 크래프트는 캐드버리 인수를 위한 주주 승인을 얻었고, 신주 발행으로 자금을 확보했다. 당시 신주 발행가는 주당 29.58달러.
1분기 버크셔의 크래프트 대량 매도가 의아한 것은 캐드버리 인수에도 주식을 팔지 않겠다던 버핏의 말을 뒤집어서가 아니다. 버크셔가 보유 지분의 23%를 내다팔았던 1분기 크래프트의 평균 주가는 27달러. 버핏이 저평가된 가격에 신주를 발행해 주주 가치를 훼손한다고 비난했던 것보다 낮은 값에 팔아치운 셈이다.
석연치 않은 점은 또 있다. 버핏은 1분기 대표적인 소비재 종목인 존슨앤존슨과 프록터앤갬블(P&G)의 비중을 크게 줄였다. 존슨앤존슨은 최근 제품 리콜 사태를 빚었고, P&G 역시 부진한 매출을 살리려고 가격 인하를 단행했다. 버핏의 눈에 거슬렸을 법한 일이다.
하지만 평소 버핏의 말대로 미국의 중장기 경기 전망이 밝다면, 그래서 벌링턴 노던 산타페(BNSF) 인수가 장기 가치투자 논리로 볼 때 정당하다면 두 개 종목의 매도가 과연 설득력을 얻을 수 있을까.
1분기 투자 내역이 버크셔 주주들을 혼란스럽게 했다는 지적이 억지스럽지 않다. 갖가지 관측이 꼬리를 무는 것도 자연스럽다. 버핏은 BNSF에 이어 대규모 M&A를 위해 현금 확보에 나선 것일까. 또 다른 금융위기 가능성을 엿본 것일까. 아니면 단순히 '내 행동을 보지 말고 내 말대로 행하라(Do as I say, not as I do)'는 식의 표리부동이었던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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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숙혜 기자 sno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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