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지은 기자]미 증권거래위원회(SEC)가 월가의 심장부인 골드만삭스를 정조준하면서 그 파장이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번 사태로 인해 글로벌 대형 투자은행(IB)의 타격이 불가피한 상황이고, 이것은 금융시장에 대한 투기수요 위축으로 고스란히 연결될 것으로 예상된다.
투기수요 위축은 증시는 물론 전반적인 금융시장을 뒤흔들 수 있는 만큼 투자자들의 주의가 필요한 시점이다. SEC가 골드만삭스를 부당 내부자 거래 혐의로 기소했다는 예상치 못한 소식은 비단 골드만삭스에만 영향을 미칠 문제는 아니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메릴린치 역시 비슷한 혐의로 네덜란드계 은행으로부터 제소를 당했는데, 대형 IB들의 태만한 행위가 노출되면서 이들에 대한 규제 강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특히 이번 골드만삭스 사태는 그 시기가 상당히 미묘하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주말 G20 재무장관회담에서 국제통화기금(IMF)이 검토중인 은행세 도입을 논의할 예정인데다, 오바마 행정부의 금융규제 의지가 강한 상황에서 11월 미 의회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 행정부가 금융규제 법안은 물론 글로벌 은행세 도입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여지가 높다.
글로벌 대형 IB에 대한 규제가 강해지고 상업은행으로 복귀하려는 움직임이 뚜렷해진다면 이는 즉각 투기수요 위축 및 레버리지 축소로 반영된다. 투기수요 위축은 주식시장과 상품시장의 하락을 촉발하는 원인이 된다.
국내 주식시장에서 가장 먼저 우려되는 부분은 외국인의 순매수 중단 가능성이다. 실제로 지난 1월21일 일명 볼커룰로 불린 미 금융기관 투자규제안이 발표되자 외국인은 이후 4거래일동안 무려 1조1000억원 가량의 주식을 순매도한 바 있다.
국내증시가 지난주까지 무려 10주 연속 상승흐름을 이어갈 수 있었던 데에는 외국인들의 강력한 순매수의 힘이 절대적이었음을 감안한다면 이번 사태가 외국인의 이탈로 이어질 경우 국내증시의 충격 역시 불가피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특히 외국인의 매매 패턴이 국내증시와 상당히 유사한 대만증시에서 지난 16일 3주만에 첫 매도세가 나타났다는 점 역시 외국인의 순매수 중단 가능성을 높이는 부분이다. 19일 오전 국내증시에서 외국인은 '매도'로 대응하고 있다.
상품시장 역시 마찬가지다. 골드만삭스 사태로 인해 지난 주말 국제유가가 10주 최대 낙폭을 기록했고, 귀금속, 비철금속도 큰 폭의 하락세를 면치 못하는 등 상품시장이 일제히 휘청거리는 모습을 보였는데 이 흐름이 장기간 지속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레버리지 위축은 글로벌 환율 동향에서 정확하게 드러난다. 엔약세, 달러약세가 지속돼야 캐리트레이드를 통한 레버리지가 높아지게 되는데 엔화와 달러화가 강세로 돌아선다는 것은 캐리트레이드가 청산되면서 레버리지가 축소됨을 뜻한다. 지난 주말 달러ㆍ엔은 92.17엔, 유로ㆍ달러는 1.3503달러를 기록하며, 이머징 마켓과 자원국 통화로 유입되던 외국인 자금이 엔, 달러 쪽으로 복귀하고 있음을 보여줬다.
골드만삭스 악재는 원·달러 환율의 하락 기조에 제동을 거는 것은 물론 상승 반전의 빌미를 제공할 전망이다. 단기적으로 환율 1120∼1130원대가 저항선이 될 전망이지만 골드만삭스 파장이 확산될 경우 1150원선이 눈앞에 다가올 수 있다.
아직까지는 글로벌 유동성이 풍부한 것이 사실이지만 이번 골드만삭스 악재로 인해 투자처를 잃은 자금이 국채시장을 선호하게 될 가능성도 높아졌다. 채권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로 인해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더욱 강화될 것이라며, 장기적으로는 국내 채권시장에 긍정적 요인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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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은 기자 je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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