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번홀 그린서 유방암 투병 중인 아내 에이미와 감격의 포옹
[아시아경제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미켈슨의 '남다른 가족사랑'
필 미켈슨(미국)의 마스터스 우승이 눈앞에 다가온 12일(한국시간) 미국 조지아주 오거스타내셔널골프장(파72ㆍ7435야드)의 마지막 18번홀(파4) 그린. 미켈슨이 2m 짜리 버디 퍼트를 남겨놓고 있어 실패해도 우승에는 영향이 없었지만 가슴을 졸이며 지켜보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바로 유방암 투병중인 아내 에이미였다.
에이미는 지난해 5월 암을 선고받은 뒤 11개월만에 처음 코스에 나와 남편을 응원했다. 미켈슨이 버디퍼트를 넣자 '구름갤러리'가 일제히 환호했고, 에이미 역시 감격스러운 표정으로 남편과 뜨거운 포옹을 나눴다. 미켈슨은 아내의 유방암에 이어 지난해 7월에는 어머니까지 같은 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아 커다란 시련을 겪고 있다.
미켈슨은 평소에도 가족들의 여행을 위해 '빅 매치'를 포기하는 등 유별난 가족사랑으로 유명한 선수다. 아내의 유방암 선고 이후에는 당연히 선수 활동을 접고 코스를 아예 떠나기도 했다. 미켈슨이 이번 마스터스 우승으로 우즈 대신 '넘버 1'의 자리에 등극하기를 기대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도 이런 미켈슨의 성실함이 우즈의 '여성편력'과 극명하게 대비되기 때문이다.
미켈슨은 사실 지난해 9월 투어챔피언십과 11월 월드골프챔피언십(WGC)시리즈 HSBC챔피언스에서 연거푸 우승을 차지하며 이미 우즈를 능가하는 상승세를 보였다. 우즈가 '섹스스캔들'로 '선수 활동 중단'을 선언하자마자 일찌감치 '차기 골프황제'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것도 이때문이다. 미켈슨은 그러나 올 시즌 초반 예상 밖의 부진으로 투어 관계자들을 실망시켰다.
미켈슨은 스티브 스트리커(미국)에게 밀려 '세계랭킹 3위'로 한 계단 물러서자 '만년 2인자'라는 비난까지 받기도 했다. 이런 미켈슨에게 이번 마스터스 우승은 '넘버 2'의 복귀를 넘어 '넘버 1'까지 치달을 수 있는 동력이다. 늘 유방암 예방 캠페인의 상징인 핑크 리본을 모자에 달고 경기에 나서는 미켈슨이 이번 마스터스 우승으로 날개를 달게 됐다.
김현준 골프전문기자 golf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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