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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아차, 'K'와 'R'의 반란

K7·쏘렌토R 이어 K5·스포티지R로 시장공략
디자인경영 3년 결실.. '형님' 현대차 맹추격
진정한 독립 위해선 베스트셀러 나와야
[아시아경제 박수익 기자] "기아차 브랜드를 표현할 수 있는 독자적 디자인 경쟁력을 갖춰야합니다. 차량 라인업의 디자인을 업그레이드시키고, 감각적 디자인 요소를 가미해 세계무대에서 경쟁력을 향상시킬 것입니다." (2006년 9월 파리모터쇼. 정의선 당시 기아차 사장)


외환위기 직후인 1998년 현대차에 인수된 이후 기아차는 줄곧 '형보다 못한 아우'의 이미지가 강했다. 일각에선 '현대차 2중대'라는 비아냥도 들어야했다. 절치부심하던 기아차는 2006년 가을 '디자인경영'을 선언했다. 기술은 현대차와 공유하되, 디자인은 차별화한다는 이른바 '디자인 독립선언'이었다.

아우디와 폴크스바겐의 디자인 책임자였던 피터 슈라이어를 디자인 총괄 부사장(CDO)으로 영입하기도 했다. 그로부터 3년 반이 훌쩍 흐른 지금, 기아차는 일부 차종에서 현대차를 누르며 '형 만한 아우'가 됐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관계를 이제 새롭게 조명할 때가 됐다는 시각이 많다. 다만 진정한 독립을 위해서는 아직 과제도 많다는 지적이다.


◇'K'와 'R'의 반란
기아차는 올해 들어 'K'와 'R' 시리즈에 힘입어 현대차를 능가하는 실적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5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쏘렌토R', 12월 준대형세단 'K7'을 출시한데 이어 지난달 소형 SUV 스포티지R을 내놓았다. 다음달 로체 후속모델인 중형세단 K5까지 출시되면 'K'와 'R'이 기아차의 명실상부한 주축으로 올라선다.

기아차의 'K'시리즈는 단어 연상, 시각 추적, 기능성 자기공명 영상장치(fMRI) 측정 등 뇌반응 추적이라는 과학적 검증방법을 통해 도출된 알파벳. 기아차(Kia), 대한민국(Korea), 그리스어 Kratos(강함, 지배, 통치), 영어 Kinetic(활동적인)의 첫 글자이기도 하다. 'R'시리즈는 현대기아차가 차세대 디젤엔진으로 개발한 R엔진을 탑재한다는 것을 의미하고 혁신(Revolution)을 뜻하기도 한다.


기아차 관계자는 “'K'와 ‘R’은 기아차의 브랜드를 보다 효과적으로 알리기 위해 다각적인 연구 끝에 결정한 산물”이라며 “향후 판매추이를 보며 후속 차종들에도 적용할 지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K시리즈의 맏형격인 K7은 지난해 12월 판매이후 지금까지 4개월간 누적 판매 1만9049대를 기록, 기아차 실적호전의 견인차 역할을 하고 있다. K7은 특히 지난 1분기 1만3409대가 팔려 현대차 그랜저(1만2654대)를 1제치는 기염을 토했다.


기아차 최초의 'made in USA' 차량으로 미국시장에 진출한 쏘렌토R도 미국 중형 크로스오버차량(CUV)시장에서 경쟁차종인 도요타 '라브4'를 제치는 등 선전하고 있다. 쏘렌토R은 국내에서도 1분기에 1만1419대가 팔려, 경쟁차종인 현대차의 싼타페(1만627대)를 눌렀다. 기아차의 스포티지R과 K5도 본격 판매가 시작되면 각각 경쟁차종인 현대차의 투싼ix, 신형쏘나타를 위협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기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기아차가 스포티지R과 K5 등 라인업 추가로 견조한 내수 시장점유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내수 시장에서 검증된 신차는 올 하반기 수출 시장에 진출해 해외 시장점유율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경기침체 돌파한 '호랑이코'
기아차가 올해 보여주고 있는 선전은 하루 아침에 이뤄진 것은 아니라는 평가다.
2008년 8월 피터슈라이어 부사장이 '진정한 내 아들'이라고 표현했던 쎄라토 후속 '포르테(FORTE)' 탄생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준준형시장 부동의 1위 현대차의 아반떼에 눌려살았던 기아차로서는 회심의 역작이었다. 결과는 기대이상이었다. 출시 초기를 제외하면 월평균 판매량 2000대를 밑돌던 쎄라토는 포르테로 변신하면서 두배 이상 급증, 4000대를 넘어섰다.


포르테와 같은해 시장에 데뷔한 모하비, 로체 이노베이션, 쏘울 등도 기아차의 라인업을 강화하는데 일조했다. 특히 로체 이노베이션을 통해 첫 선을 보인 기아차의 패밀리룩(family look)이 관심을 받았다. 호랑이의 코와 입을 모티브로 했다는 라디에이터 그릴은 스포츠 세단을 연상케 하는 날렵한 인상을 주면서 '딱 보면 기아차'라는 새로운 이미지를 탄생시켰다.


'호랑이 코'를 달던 2008년은 글로벌 경기침체가 전 세계를 강타하던 시절이었지만, 기아차는 그해 내수시장에서 31만643대를 팔면서 전년대비 16.2% 성장했다. 같은기간 현대차 -8.7%, 르노삼성 -12.9%, GM대우 -10.7% 등 국내 자동차업계가 모조리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며 고전을 면치 못했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한 선전이다.


2009년에도 기아차는 41만2752대의 내수 판매를 기록하며 전년대비 30.4% 성장했다. 뉴SM3 돌풍을 일으켰던 르노삼성(31%)에 근소한 차이로 뒤졌을 뿐 현대차(23.1%), GM대우(-1.4%)를 여유있게 제쳤다.


◇아직은 반쪽.. 베스트셀러 필요
하지만 기아차가 디자인 뿐만 아니라 진정한 '독립선언'을 하기 위해서는 과제가 적지 않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우선 신차 효과에만 의존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것이다.
김필수 대림대 교수는 "K7의 경우처럼 당장 신차가 나오면 2~3개월은 경쟁차종(그랜저)을 물리치는 것은 당연한 과정"이라며 "문제는 현대차에서 동급 후속모델이 나오면 또다시 역전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기아차의 디자인 혁신이 아직 완성단계가 아닌데다, 시스템은 현대차와 다르지 않다는 인식이 여전히 존재하는 등 아직 기아차만의 완벽한 색깔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따라서 '현대차의 쏘나타'처럼 기아차를 상징할 수 있는 베스트셀러 모델이 나오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김 교수는 "디자인 뿐만 아니라 시스템도 완전이 다르다는 인식을 심어줘야한다"며 "각 차종별로 기아차를 대변할 수 있는 베스트셀러, 스테디텔러 모델이 나와야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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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익 기자 sipark@asiae.co.kr
<ⓒ세계를 보는 창 경제를 보는 눈,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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